감염병 분야 권위자 드로스텐 교수 “지카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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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에 메르스 환자의 유입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환자 유입이 대유행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방역당국의 역할이지요.”

사스의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등 감염병 분야의 권위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교수(43)는 8일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현재 독일 본대학병원 바이러스 연구소장인 드로스텐 교수는 네이처, 사이언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등에 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논문 280편을 발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2016년 춘계 심포지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드로스텐 교수는 “앞으로 신종 감염병은 동물 숙주에서 유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르스는 낙타가, 에볼라는 과일박쥐가 숙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어 앞으로 신종감염병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의학의 영역 외에도 동물학, 사료학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 방안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렵다. 드로스텐 교수는 “의학 연구 뿐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기초 과학을 더 심도있게 연구해야 이 같은 신종 감염병이 유입됐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연구 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로스텐 교수는 지난해 한국 정부의 메르스 사태 대응에 대해 “병원 내 감염까지 통제하지 못했지만 접촉자들을 가정에 격리하면서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막은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르스 사태 이후 예방 조치에 대해서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입국자의 발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실질적인 예방 기능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보다는 모든 병원에서 메르스 등 감염병을 빠르게 감별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재정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메르스 백신 연구는 최근 임상 1상에 돌입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는 단계다. 상용화가 되려면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드로스텐 교수는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특히 리우 올림픽을 이유로 국내에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한국에 없고, 제주도 등에 일부 있는 흰줄숲모기 역시 이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학술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 또 현지에서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호흡기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지카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 역시 일시적일 뿐 곧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대부분의 인간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어 확산이 빨랐지만, 다시 모기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는 이미 인간에게 면역이 생겨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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