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전교조 수업’ 시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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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전교조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겠다며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로 수업 하겠다고 나섰다. 이 교재는 박근혜 대통령을 ‘괴물 여왕’으로 보이도록 편집하고 있다. 대통령이 일부러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다고 인식될 만한 내용도 보인다. 무조건 투입해야 한다는 엉터리 주장에 떠밀려 현장에 배치했다가 귀중한 구조 시간만 허비했던 허름한 잠수장비를 놓고도 ‘왜 제때 투입되지 않았을까’라며 음모론을 키웠다.

전교조는 이런 거짓 주장을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에게도 가르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조치는 고작 이런 교재로 수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데 그치고 있다. 전교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할 생각이지만 교육부는 ‘그건 안 돼’라고만 외치고 있을 뿐 아이들을 지키려는 처방을 내놓지 않으니 전교조식 사고방식이 걱정스러운 학부모만 불안할 뿐이다.

‘세월호 교재’를 계기로 정부가 ‘전교조 수업’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교조가 2월 개최한 전국대의원대회 자료집을 통해 본 그들의 ‘참얼굴’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집에 적힌 그들의 생각을 읽고 나니 교육부의 소극적인 자세에 분노가 치밀 정도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제국주의 간 갈등과 한미일의 대북 압박이 불러온 역풍의 성격도 강함.’ ‘평양을 비롯해 눈에 띄는 북의 경제발전 속도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 ‘북이 특구개발에 착수한 것도 자립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데 따른 자신감과 경제발전 전략에 따른 조치로 해석됨.’

김정은의 세습 체제를 비판하거나 주민 인권을 짓밟는 무자비한 통치를 지적하지는 않고 위와 같은 내용을 적고 있다. 반면 올해 목표 중 하나로 ‘4·16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타격을 가해 나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3대 세습 체제 유지를 위해 남한과 세계를 상대로 김정은이 위험한 ‘핵도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혼자만 모르는지 한미일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다며 결과와 원인을 뒤집어 인식하는 게 전교조다. 핵미사일 개발과 체제 유지에 엄청난 자금을 쓰느라 고립경제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북한인데 그들의 경제발전을 세계가 인정한다는 내용은 도대체 누구 이야기를 듣고 내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놓고도 ‘대학교육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것’으로 본다. 일하면서 학업도 계속하게 하는 ‘일 병행 학습 정책’의 핵심 취지는 외면하고 일부 부작용만 의식해 ‘마이스터고 등 전문계 고교 졸업생을 자본(기업)에 저임금 노동력으로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시대착오적이고 김정은이 손뼉 칠 해석에 빠져 정치적 구호만 앞세우는데도 교육부는 그들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지적도 못 한다. 전교조 교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은 학부모도 방법이 없으니 입을 닫고 사는 수밖에 없다. 헌법과 초중등교육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법엔 편향된 지도를 하면 교원을 면직할 수 있는 조항까지 있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현장에서 편향적인 수업을 했다고 처벌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 결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사이 법외노조라고 판결 받든 말든 전교조는 이 나라 교육 현장의 실세로 군림하는 중이다. 교육 현장의 핵심이 전교조라고 인정하는 게 맞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먼저 ‘전교조 교육’에 나서야 할지 공식적으론 교육 수장인 이준식 교육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전교조#세월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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