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의 어르신 “난 전철의 꽃을 든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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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택배 등 2016년 노인일자리 5만개 제공… 2015년보다 5700개 늘어

서울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시니어 전문강사들이 어린이들에게 동화 구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공익활동 등에 참여하는 어르신 일자리 5만여 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제공
서울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시니어 전문강사들이 어린이들에게 동화 구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공익활동 등에 참여하는 어르신 일자리 5만여 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제공
버스 기사로 일하다 2012년 퇴직한 신수길 씨(73). 33년간 운전대를 잡고 서울 시내를 누볐던 그는 이제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을 오른다. 신 씨의 직업은 ‘젠틀맨 택배 기사’. 만 65세 이상 어르신 택배 기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도보나 지하철을 이용해 간단한 물품을 운반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인들을 위해 시행 중인 일자리 사업이다. 신 씨는 “처음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에 탔을 때는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지하철 박사’가 됐다”며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매일 갈 곳이 있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4만 명이 넘는 노인이 신 씨처럼 ‘제2의 일자리’를 통해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올해는 참여 인원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시는 올해 10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어르신 5만113명에게 일자리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에 비해 5708명(12.8%) 늘어났다. 예산은 서울시(35%)와 정부(30%), 자치구(35%)가 나눠 마련한다.

어르신에게 제공될 일자리는 △공익활동형(3만9351명) △시장형(8369명) △인력파견형(2393명) 등 3개 분야. 공익활동형은 다른 어려운 노인을 돌봐주는 ‘노노(老老)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등의 일이다. 학원이나 보육시설, 가정 등을 방문해 바둑 동화구연 예절교육 등을 하는 재능기부 자원봉사도 가능하다. 자신에게 맞는 사업을 지원해 월 30∼35시간 근무하면 20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시장형 일자리는 수익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받고, 사업 소득을 추가로 나누는 것이다. 시니어 택배와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카페, 쇼핑백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인력파견형 일자리는 관리사무, 공공·전문직, 판매 등 인력이 필요한 업체에 어르신을 파견한다. 근무 시간에 따라 사업체에서 인건비를 제공하는 형태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 7명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추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시장형 및 인력파견형 일자리를 지난해 3850명에서 1만762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개관 예정인 50+캠퍼스도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50+세대(50∼64세 장년층)에서 ‘어르신 일자리 코디네이터’를 양성해 시니어클럽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어르신 교육 및 관리 등을 맡게 된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업에 참여할 지역자활센터와 협동조합 등을 추가로 발굴한다. 시니어클럽도 현재 7곳에서 매년 2곳씩 확충할 예정이다. 마을수리공방 설치, 동화구연 자격과정 교육 등 자치구 주민참여 사업에도 17억 원을 투입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택배#노인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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