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로 일하다 2012년 퇴직한 신수길 씨(73). 33년간 운전대를 잡고 서울 시내를 누볐던 그는 이제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을 오른다. 신 씨의 직업은 ‘젠틀맨 택배 기사’. 만 65세 이상 어르신 택배 기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도보나 지하철을 이용해 간단한 물품을 운반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인들을 위해 시행 중인 일자리 사업이다. 신 씨는 “처음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에 탔을 때는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지하철 박사’가 됐다”며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매일 갈 곳이 있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4만 명이 넘는 노인이 신 씨처럼 ‘제2의 일자리’를 통해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올해는 참여 인원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시는 올해 10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어르신 5만113명에게 일자리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에 비해 5708명(12.8%) 늘어났다. 예산은 서울시(35%)와 정부(30%), 자치구(35%)가 나눠 마련한다.
어르신에게 제공될 일자리는 △공익활동형(3만9351명) △시장형(8369명) △인력파견형(2393명) 등 3개 분야. 공익활동형은 다른 어려운 노인을 돌봐주는 ‘노노(老老)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등의 일이다. 학원이나 보육시설, 가정 등을 방문해 바둑 동화구연 예절교육 등을 하는 재능기부 자원봉사도 가능하다. 자신에게 맞는 사업을 지원해 월 30∼35시간 근무하면 20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시장형 일자리는 수익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받고, 사업 소득을 추가로 나누는 것이다. 시니어 택배와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카페, 쇼핑백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인력파견형 일자리는 관리사무, 공공·전문직, 판매 등 인력이 필요한 업체에 어르신을 파견한다. 근무 시간에 따라 사업체에서 인건비를 제공하는 형태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 7명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추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시장형 및 인력파견형 일자리를 지난해 3850명에서 1만762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개관 예정인 50+캠퍼스도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50+세대(50∼64세 장년층)에서 ‘어르신 일자리 코디네이터’를 양성해 시니어클럽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어르신 교육 및 관리 등을 맡게 된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업에 참여할 지역자활센터와 협동조합 등을 추가로 발굴한다. 시니어클럽도 현재 7곳에서 매년 2곳씩 확충할 예정이다. 마을수리공방 설치, 동화구연 자격과정 교육 등 자치구 주민참여 사업에도 17억 원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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