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놀이터 된 약수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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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뭄 겹쳐 수량 줄고 오염… 2015년 서울지역 52%가 ‘못먹을 물’

봄이 되면서 산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때 꼭 들르는 곳이 바로 약수터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갈수록 약수터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있는 약수터도 각종 오염으로 물을 먹을 수 없는 곳이 많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276개였던 시내 약수터는 매년 줄어들면서 지난해 239개에 그쳤다. 2012년부터 4년간 폐쇄된 약수터는 44개나 됐지만 새로 지정된 곳은 7개에 불과했다. 특히 2014년, 2015년에는 신규 지정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뭄과 개발 여파로 수원(水源)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약수터도 믿을 수 없는 곳이 많다. 지난해 약수터 239개를 대상으로 1101건의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부적합’ 판정이 570건(51.8%)에 달했다. 연간 수질검사 6회 중 3회 이상 부적합 판정을 받은 ‘우려’ 등급이 절반인 118개, 2회 이상인 ‘주의’ 등급이 16개다. 부적합 건수가 없는 ‘안심’ 등급은 61곳에 불과했다.

부적합 판정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1573건의 수질검사를 실시했는데 부적합 판정은 627건(39.9%)이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에는 1508건 중 718건(47.6%)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1334건 중 682건(51.1%)으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지속적인 개발의 영향도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가뭄이 심한 탓도 있다.

오염의 주범은 대부분 미생물. 약수터 검사는 일반 세균과 총 대장균군, 분원성 대장균군 등 4개 항목의 미생물 검사로 진행된다. 이런 균들은 면역 체계가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설사와 경련, 복통과 발열 등을 유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강수량은 줄면서 부적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비소나 질산성질소 등 유해 영향물질이 검출된 곳도 있다. 이는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반복적으로 부적합 판정이 나오는 약수터를 중점관리 대상 시설로 지정해 집중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일단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는 주변 오염원을 제거하고 소독 등의 조치를 한 후 연이어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일단 다음 정기검사 때까지 사용을 금지한다. 반복해서 부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 약수터를 폐쇄하고 다시 개발할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용이 금지된 시설은 신속히 안내문을 부착해 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세균#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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