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오랜 병시중에는 자식도 부모를 감당하기 힘들다. 더구나 1인 가족 형태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가족이 있더라도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 500만 가구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족이 있어도 사실상 간병해 줄 수 있는 가족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간병인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간병비 부담이다. 양쪽 무릎을 인공관절로 바꾸면 2, 3주 정도 입원하는데 간병인을 고용하면 1일 기준 7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간병비만 최대 150만 원이 넘는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간병비 문제로 조기 퇴원을 원하는 환자도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도입됐다.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 말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로 이름을 바꾸고 역할과 목적을 명확히 했다. 사업 비용도 국비로 지원되다가 지난해부터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란 말 그대로 간병을 포함한 간호 서비스를 병원에서 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의 기본 간호는 물론이고 치료에 필요한 전문적인 간병·간호와 효율적인 입원 서비스가 제공돼 ‘보호자 없는 병원’이 가능하다. 간병비는 입원비에 포함된다. 하루 4000∼8000원만 추가로 내면 간병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병원 내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가족 간병이 병원 내 감염의 한 원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메르스 감염자 중 3분의 1이 환자의 간병 가족이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간호사 충원이 힘들어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간호사가 직접 간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간호사의 사기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많다. 하지만 병원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병동 시설을 개선하고 간호 인력을 확보하는 등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간병인이나 환자 가족이 없는 병원이 일반적이다. 가까운 일본도 1994년부터 간호 인력 중심으로 병원 체계를 개편한 뒤 1997년부터는 개인 간병인 제도를 폐지했다. 우리도 하루속히 문제점을 보완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간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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