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비인격적 행위…‘수면부족’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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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충전을 위한 투자다. 수면을 통해 인지능력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수면부족은 자아고갈(Ego depletion)로 이어진다. 자아고갈이란 충동 등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고갈되는 현상이다. 인간의 정신작용은 유한한 양의 자원에 의존한다. 두뇌의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정신적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고갈된다. 고갈된 자원을 다시 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적절한 수면이다. 수면을 통해 자원을 보충하지 못하면 특히 자기조절에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면 부족이 의사결정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수면 부족은 조직에 특히 해롭다. 수면 부족은 부하직원에 대한 비인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등을 포함한 다국적 연구팀은 수면과 지도자의 비인격적 행동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2주간 이탈리아 기업의 관리직 직원(99명) 및 일반직 직원(2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수면의 양(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잠을 설친 정도), 그리고 자아고갈 정도를 측정했다. 또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거친 언사나 행위의 빈도 등)과 업무몰입 정도 등에 대해 측정했다.

연구 결과 수면의 양은 비인격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수면의 질은 영향을 미쳤다. 잠을 설친 정도가 클수록 자아고갈의 정도가 심했고, 이는 상사의 비인격적 행위로 이어졌다. 또 비인격적 행위는 업무에 대한 몰입 정도를 떨어뜨렸다.

직원들의 수면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시간을 업무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흔히 서머타임이라 불리는 일광절약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수면을 일종의 낭비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면은 낭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는 투자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구성원의 수면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dbr#수면부족#자아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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