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새날학교 졸업 고려인 자녀, 7명중 2명 비자 못받아 추방 위기
광주 고려인마을 불안감 확산
“희망을 안고 고국에 왔는데 아이들과 생이별할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못한 처지라니….”
다문화대안학교인 광주새날학교에 내년 2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고려인 자녀는 모두 7명. 이들 중 2명은 국내 체류비자를 받지 못해 중앙아시아 국가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새날학교 졸업 예정 고려인 학생 중 3명은 광주·전남권 대학에 합격해 학생 자격으로 한국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2명은 중국, 옛 소련 지역 동포에게 주는 재외동포비자(F4)를 취득한 부모와 3년 이상 같이 살아 국내 체류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부모가 방문취업비자(H2)를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전스타스 군(19)과 카자흐스탄 출신 김일리나 양(19)은 학비 부담과 한국말이 서툴러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두 학생은 내년 2월 졸업하고 학생비자가 끝나면 성인이 돼 국내 체류 자격이 없어진다.
전 군은 2012년 2월 방문취업비자를 받은 부모를 따라 입국한 뒤 새날학교에 입학했다. 전 군의 부모는 재외동포법에 따라 최장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그의 부모는 2년 이상 4대 보험에 가입된 제조업, 농수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면 재외동포비자를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
문제는 재외동포법이 동포 범위를 고려인, 조선족 3세대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4세대인 전 군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군은 새날학교를 졸업하면 학생 자격이 없어져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엄마와 이모가 있는 한국을 떠나 홀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야 할 형편이다. 비슷한 처지인 김 양은 “광주에 있는 가족을 놔두고 혼자 돌아간다는 건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말했다.
새날학교 초중고교 과정 학생 74명 중 35명이 고려인 4∼5세대 후손이어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 군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새날학교 송미혜 교사(37)는 “이들이 언젠가는 국내 체류 자격을 잃어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려인마을에는 고국에 정착한 30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의 4∼5세대 자녀들은 300명 정도 된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상당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주민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20세부터 방문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고려인은 25세부터 가능해 외국인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선봉규 전남대 한상연구단 연구교수(46)는 “국내에 조선족은 60만∼70만 명이나 되지만 고려인은 3만 명 수준”이라며 “한국말이 서툰 고려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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