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관련 모든 의료비 건보 적용… 무급휴가 3일도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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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과 허점

10일 발표된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은 지난해 기준 1.21명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에는 1.5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5년간 약 108조4143억 원을 저출산 관련 사업(3차 기본계획 총예산은 197조5010억 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저출산 관련 사업에 약 80조2000억 원(총예산은 152조1000억 원)이 투입됐던 1차(2006∼2010년)와 2차(2011∼2015년) 기본계획 때보다 28조 원 이상 더 많은 예산이 쓰이는 것이다.

2017년부터 △모든 난임 관련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 임신 출산 관련 의료비 대폭 완화 △난임치료를 위한 무급휴가(3일)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 육아휴학제도 등이 도입된다. 또 국공립,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도 추진된다.

하지만 3차 기본계획에 담긴 저출산 대책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많은 대책이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차 기본계획의 정책 중 상당수가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라며 “3차 기본계획에서 앞세운 청년층 일자리 늘리기와 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막연한 청년층 일자리 늘리기 계획

우선 정부가 5년간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약 37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현 전략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고용관계 개선 등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말만 있지 어떤 업계와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설명은 부족하다.

직업훈련과 인턴제를 통해 취업이나 창업을 연계하는 ‘고용 디딤돌 사업’은 2017년까지 2만 명 정도로, 현재 1만5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청년인턴제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3만 명 정도까지 확대하겠다는 수준의 목표만 제시된 것.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회보장법)는 “지금 계획으로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정부 전망치만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만혼 줄이기와 출산율 높이기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자리 못지않게 장기적인 차원에서 ‘아이 낳기’에 걸림돌로 꼽히는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부족하다. 3차 기본계획에는 이와 관련해 ‘스펙 위주의 교육과 취업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수준의 내용만 담겨 있다.

○ 현실성 떨어지는 신혼부부 주택 지원

다양한 대책이 제시된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지원 대책도 실제 출산율 높이기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총 13만5000채가 공급되는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중 약 40%(5만3000채)를 차지하는 행복주택 투룸형의 경우 36m²(약 11평) 수준의 크기로 구성된다. 부부만 산다면 큰 무리가 없지만 각종 생활물품이 많아지는 ‘어린아이 기르기’ 공간으로는 너무 좁다는 평가가 많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층의 생활수준 기대치를 감안할 때 주거시설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수도권은 1억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비수도권은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확대한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지역에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수준의 대출 확대가 신혼부부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속적으로 도와주기는 힘들다는 것.

조 교수는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전세자금 대출 제도가 활성화돼도 신혼부부들의 우선순위가 출산보다는 추가 전세자금 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고령사회 대책…1인 1연금제 확대와 노인 연령 조정

한편 고령사회 대책은 안정된 노후를 위해 공적연금 체계를 강화하고 주택 및 농지연금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정부는 노인의 연령대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 정년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60세 정년도 채우지 못하고 50대 초·중반에 회사를 그만둔 후 기존 직장보다 질이 떨어지는 곳에서 일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의 연령대마저 올라가면 그만큼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시점도 늦어져 노년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지은 기자
#난임#의료비#건강보험#무급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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