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만을 가로질러 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을 연결하는 서해대교가 이달 3일 화재로 절단된 케이블 교체 작업으로 전면 폐쇄돼 통행과 물류에 큰 차질을 빚었다. 서울 방향 차로는 25일 전면 개통되지만 목포 방향 차로는 언제 전면 개통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서해대교 중 사장교 구간의 주탑과 교량 상판을 연결하는 케이블 중 가장 긴 72번이 불에 타 끊어지면서 주탑 근처 56, 57번 케이블도 손상됐다. 72번 아래 하중을 더 많이 받는 71, 70번 케이블이 손상됐더라면 교량이 붕괴되는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정부·민간 합동감식팀은 낙뢰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다. 사장교 케이블은 고강도 강재를 쓰지만 내화성은 떨어져 벼락을 맞을 경우 케이블 커버 등에서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서해대교 관리소 직원들이 천둥소리를 몇 차례 들었고, 불이 붙은 케이블이 80m 높이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라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전국에서 24시간 낙뢰 발생 여부를 감시하는 기상청은 사고가 발생한 당일 오후 6시 이후엔 지상은 물론이고 구름 위에서도 번개 천둥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체 감사에서 첨단 성능의 기상레이더와 낙뢰 관측망을 구축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은 바 있는 기상청 관측 시스템의 정확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서해대교와 같이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지탱하는 인천대교 올림픽대교 진도대교 돌산대교 등 전국 모든 사장교(斜張橋)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2005년 그리스에도 낙뢰로 케이블이 끊어진 사고가 났다”고 했다. 서해대교 안전성검토위원회는 낙뢰로부터 케이블을 보호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미리 대비하지 않고 무얼 하다 뒤늦게 나서는지 모르겠다.
서해대교 사고 조사의 핵심은 왜 주탑의 피뢰침이 제 구실을 못했는지, 케이블을 비롯한 교량의 시공과 관리 면에서 하자가 없었는지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낙뢰관측 시스템도 개선해야 기상 악화로 인한 재난과 사고를 예방해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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