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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회식에 여친 데려오라며 ‘사생활 청문회’

입력 2015-10-19 03:00업데이트 2015-10-1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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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198>公과 私는 구분을
국내 중견 기업에 다니는 A 씨(29)는 얼마 전 회사 회식 자리에 여자친구를 불렀다가 난처한 경험을 했다. 여자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직장 동료들의 짓궂은 요구를 이기지 못해 불렀는데, 가뜩이나 자리를 불편해하는 여자친구에게 “언제 결혼할 건지”부터 “우리 부서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너무 오래됐다”는 등 양가 부모님이나 물어볼 법한 질문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직장 선배들이 친근감에 이것저것 묻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직 우리 둘 사이에도 결정하지 못한 미래의 일들이라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엔 좋게 웃어넘기던 여자친구도 나중엔 불쾌해했다”고 했다.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한국 기업 문화 특성상 직장 내에서 사생활 침해를 당한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올 초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회원 5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5%가 ‘사생활을 존중 안 할 때’ 동료들에게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6월 이뤄진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직장 동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교류를 꺼리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이 44.44%로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적인 질문들은 악의가 없더라도 때로는 듣는 사람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 B 씨(32·여)는 “임신은 언제 할 생각이냐”고 회사 팀장이 물어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결혼 4년 차로 아직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는 B 씨는 “팀장이 물어보는 이유가 혹시 인사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만에 하나 내가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으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런 질문을 그토록 쉽게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최근 결혼을 생각했던 연인과의 이별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C 씨(33) 역시 직장 동료들로부터 “국수는 언제 먹게 해줄 거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표정 관리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C 씨는 “헤어졌으니 더 이상 묻지 말라는 공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직장에선 업무 외적인 이야기는 본인이 먼저 꺼내기 전에는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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