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보다 깊은 상처 남기는 ‘한 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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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9>연예인 울리는 악플

9일 MBC ‘무한도전’에서 새 멤버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 댓글에 시달린 광희의 합류 뒤 연출된 가짜 1인 시위 장면. MBC 화면 캡처
9일 MBC ‘무한도전’에서 새 멤버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 댓글에 시달린 광희의 합류 뒤 연출된 가짜 1인 시위 장면. MBC 화면 캡처
“너(광희) 한 게 뭐 있냐.” “(광희가) 웃는 모습 혈압 오르네.”

최근 MBC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가 된 광희를 비난하는 시청자 게시글이다. 광희의 높은 톤의 목소리를 겨냥해 “남장 여자를 멤버로 들인 거라고 생각하자”는 글도 있다.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무한도전의 새 멤버가 누가 되는지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각 후보들에 관한 찬반 의견도 활발하게 개진됐다. 그러나 선발 과정 중 “광희는 코를 성형했기 때문에 촬영할 때 몸을 사릴 것이다” 등 악의적인 게시물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글은 그나마 표현이 부드러운 축에 속해 게시판 운영자가 삭제하지 않은 것들.

제작진은 9일 방송에서 스타킹을 광희의 얼굴에 뒤집어씌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거나 가짜로 ‘광희 결사반대’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사내를 등장시키는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광희에 대한 악성 게시물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특정 연예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비판을 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인격 모독성 글은 연예인의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통상 일반인에 대한 인터넷 악성 게시물은 자정 작용을 통해 걸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유독 연예인 관련 악성 글은 심각한 수준이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 팬들의 악성 게시물 탓에 연예인이 자신의 팬 커뮤니티와 갈등을 빚는 일까지 벌어졌다. 배우 조승우는 최근 뮤지컬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갤(조승우 갤러리) 하지 마세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있는 팬 모임 ‘조승우 갤러리’를 가리킨 것. 이곳에서 조승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단체관람 좌석 배정에 불만을 나타낸 글이 올라오면서 조승우 측에 대한 욕설이 담긴 게시물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우는 “아무리 새로운 문화라지만 욕이 난무하는 이곳(조승우 갤러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우 갤러리’ 측은 결국 “욕설과 비방을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부분을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최근 앨범 발매 인터뷰에서 “연예인도 같은 사람”이라며 “악성 댓글을 보면 상처받고, 응원 메시지 보면 힘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은 연예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예인에 대한 비판 글을 등록하기 전에 톱스타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연예인#악플#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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