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청 차등지급 놓고 대립…18개동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
구청장-노조간부 만나 절충 모색
광주 서구청 공무원들의 성과 상여금 재분배 문제를 놓고 구청장과 공무원 노조가 갈등을 거듭하자 주민들이 직접 해결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 서구는 지난달 31일 직원 760명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성과 상여금을 차등 지급했다.
S등급은 평균 406만5000원(139명), A등급 293만4000원(382명), B등급 201만3000원(220명)이었다. C등급(19명)은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C등급은 근무기간 2개월 미만이거나 육아휴직자가 대상이었다. 중앙 부처를 제외한 일부 자치단체는 상여금이 지급되면 노조를 중심으로 이를 다시 모아 전 직원이 같은 액수로 나누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임우진 서구청장(62)은 노조가 성과 상여금 재분배를 위해 등급 자료 제공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임 구청장은 “성과 상여금은 법에 근거해 공무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다”며 “재분배는 불법이며 공무원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성과 상여금을 협의해 재분배하는 것은 부당 수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구청이 지급한 성과 상여금을 직원들이 노조에 자율적으로 다시 낸 것”이라며 “직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내는 것을 구청이 관여하는 것은 노조 탄압”이라고 했다. 노조는 권영복 민변 노동위원장과 민주노총 광주본부에서 자율적 성과 상여금 분배는 행정기관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며 공방을 이어 갔다. 노조는 21일 서구청과 구청장 집에서 3일째 집회를 열었다.
전남대 공공행정연구소 김호균 소장(54·행정학과 교수)은 “공공기관, 기업을 막론하고 공정한 룰에 따른 경쟁이 필요하다”며 “기계적 균등이 관행화됐다면 구성원들이 논의해 새로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광주 경실련 관계자는 “성과 상여금은 더 좋은 효율을 내기 위한 인센티브인데 직원들이 보너스로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이라며 “재분배는 관료제도의 폐해인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 등은 2001년부터 시행된 성과 상여금 제도는 직원들끼리 경쟁을 부추겨 자율적으로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전교조나 법원노조에서도 자율적으로 성과 상여금을 재분배하고 있는데 구청이 개입하는 것은 구청장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구 18개 동 주민자치위원장이 참여하는 협의회는 9일 임 구청장을, 13일 노조 간부들을 만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협의회는 행정자치부에 성과 상여금 재분배에 대한 법적 해석을 질의해 대응키로 했다. 재분배가 불법·탈법이라는 회신을 받으면 주민자치위원 500명에게 “내년 성과 상여금을 전액 삭감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받아 구의회에 낼 계획이다. 또 주민자치위원들이 성과 상여금 재분배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플래카드도 걸기로 했다.
이에 노조는 “생활민원 사안도 아닌데 일부 주민이 관여하는 것은 뭔가 의심스럽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전단 2만 장을 제작해 배포키로 했다. 일부 주민은 “성과 상여금 재분배는 공직사회 철밥통과 복지부동의 대표적 사례”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태홍 주민자치위원협의회 회장(58)은 “주민 상당수가 자신이 내는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직 사회가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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