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40조 굴리면서 회계 공시의무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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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부실 공제회]공제회는 관리감독 사각지대

2013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이 가입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묻지 마 해외투자’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두바이에 있는 52층 오피스텔에 287억 원을 투자했으나 임대율이 43.7%에 그쳐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 아파트 건설 투자도 분양률이 28%에 불과해 손해를 봤다.

공제회의 자산 운용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제회가 투자 대상과 사업별 성과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5일 국민권익위원회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국내 공제회는 소수 인원이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관리감독 체계가 공적연금이나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일례로 2009부터 2013년까지 교직원, 군인, 경찰, 지방행정, 소방, 과학기술인, 지방재정,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8개 대형 공제회 중 주무부처로부터 두 번 이상 감사를 받은 곳은 소방과 건설근로자공제회뿐이었다. 공제회들도 매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지만 결산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상당수 공제회는 위험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사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자산 평가를 하지 않는다.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한 공제회의 내부 징계기준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더라도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이고 본인이 받을 의사가 없었는데 상대방이 억지로 금품을 제공한 ‘수동적인 수수’라면 경징계하도록 돼 있다.

내부통제 장치가 부실하기 때문에 공제회 내부에 큰 문제가 생겨도 초기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교수공제회에서는 이사가 회원들의 예탁금을 빼돌리고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불법행위가 13년간이나 있었는데도 2012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비로소 꼬리를 밟혔다. 문제를 바로잡기에 너무 늦은 상태였다.

최근 일부 공제회는 공시 체계를 개선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재정공제회는 투자심의위원회 위원 6명 중 4명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조성일 중앙대 교수는 “공제회들이 홈페이지에 기관 소개뿐 아니라 자산배분 현황, 기간별 수익률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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