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귀빈석 없애고… 洞방문때 ‘토크 콘서트’
“불필요한 행사 줄여 효율 높이자”… 영천시-수성구 등 잇따라 동참
대구 수성구 수성1가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제공
경북 영천시는 다음 달부터 행사장 귀빈석을 없앤다. VIP 안내 직원은 1, 2명으로 최소화한다. 축하 인사를 하는 사람도 3명으로 제한하고 1인당 시간을 3분 이내로 줄인다. 주요 참석자는 영상으로 소개하고 축하 화환은 두지 않는다.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이 참여하는 행사는 진행시간을 10분 안에 마칠 계획이다.
이 같은 간소화는 김영석 시장이 행사장에 자신의 좌석을 따로 두지 말고 의전도 없애라는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 시가 주관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행사부터 적용하고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하기태 영천시 총무과장은 “시의회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역 공공기관 및 단체에도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들이 겉치레 행사를 개선하고 있다. 낭비 요소를 제거해 실속 행정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정(市政) 효율을 높이기 위해 행사 참석을 크게 줄인다.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막고 민원인이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다. 포항시장은 지난해 행사 1071건 가운데 658건에 참석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255건 중 158건에 참석했다. 올 들어 하루 2차례 이상 시청을 비운 셈이다. 현장 행정과 정책 추진에 전념해야 할 단체장이 잦은 행사 참석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시장은 국경일 기념행사와 전국적 행사, 시정 관련 업무협약, 정책간담회, 지역 대표축제 등에만 참석한다. 다른 행사는 성격과 규모에 맞춰 부시장과 구청장, 실국장이 나눠서 참석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이 같은 개선 방안을 지역 공공기관과 민간단체에 알렸다. 허윤수 자치행정과장은 “시장이 행사 참석을 줄이는 대신 정부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 정책 구상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2007년부터 행사장에 기관장 자리를 없애고 자율 좌석을 도입했다. 주요 참석자도 간단히 소개하고 인사말도 짧게 한다. 주민들은 “행사가 지루한 경우가 많았는데 허례허식을 걷어내니 행사 본래의 뜻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순옥 안전행정과장은 “행사 자체가 권위적이고 소모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다. 과도한 행사 준비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올해부터 동(洞) 방문 행사 형식을 바꿨다. 딱딱한 정책 전달 방식을 없애고 현안을 이야기하고 건의사항을 듣는 ‘토크 콘서트’를 도입했다. 실무 담당 직원들도 참여해 정책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행사 경비를 줄이는 대신 음악 공연을 연다. 이재우 행정지원과장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덕분에 주민들이 규제 개선이나 지역 발전을 위한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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