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자작극 전말’ 형사출신 보험사 직원이 ‘매의 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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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기일 수 있어…’

16일 거제시 고현동 서문로. 갓길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과 손에 든 사진을 번갈아 살피던 장모 씨(47) 머리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동부화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소속인 장 씨는 14일 SM7 승용차가 슈퍼카인 람보르기니를 뒤에서 들이받아 람보르기니 수리비 1억4000만 원이 청구된 사고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 도로에서 차들은 그다지 빨리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현장 사진 속 흰색 SM7승용차는 보닛은 충격으로 크게 들떠 있었고 운전석 에어백도 터진 상태였다. 장 씨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며칠간 세간의 화제가 됐던 람보르기니 추돌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경찰 출신 SIU 직원의 ‘매의 눈’ 덕분이었다. 장 씨는 15년 10개월간 경찰 수사과, 형사과 등에서 근무한 뒤 퇴직해 2년 전 동부화재에 둥지를 틀었다.

경남지역을 담당하는 장 씨는 경찰에서 터득한 수사기법을 이번 사건 조사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 씨는 “특별조사팀원의 신원이 알려지면 다른 사건을 조사할 때 문제가 생긴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장 씨는 우선 사고가 일어난 시간대인 낮 12시경 서문로를 찾았다. 차량들은 평균 시속 20~30km의 느린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제일 바깥 차선에 차들이 많이 주차돼 있었고 1차선에는 교통량이 많았다. 게다가 도로가 약간 굽어 차들이 속도를 낼 수 없는 곳이었다. 또 일반적인 추돌사고는 앞차가 급정거를 하며 발생하지만 현장 주변 목격자 중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을 때 나는 “끼익~”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자작극’이라고 확신하게 된 장 씨는 람보르기니와 SM7 소유주의 과거 자동차 보험금 수령 내역을 조회했다.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다른 보험회사에서 최대 2000만 원이나 되는 보험금을 3차례 지급받은 전력이 있었다.

장 씨는 두 운전자를 불러 대질 심문을 벌였다. 사고당시 정황에 대한 두 운전자의 진술이 계속 엇갈렸다. 이들은 결국 18일 오후 4시경 “자동차 수리비를 노리고 일부러 사고를 냈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언론에까지 오르내릴 줄은 몰랐다”라고 자백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자동차수리업체 등과 짜고 실제보다 크게 부풀린 수리비를 보험사에서 타내려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이들이 다른 보험사기에 관련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경찰에 넘길 방침이다.

동부화재 SIU가 연간 보험사기로 적발하는 금액은 약 800억 원. 이 팀 관계자는 “이번 사고처럼 자동차 수리비를 노린 보험사기가 가장 많고 요즘에는 상해, 질병을 가장한 보험사기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백연상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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