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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상처 헤집는 日, 유연성 없는 韓… 한일관계 3.85점”

입력 2015-02-28 03:00업데이트 2015-07-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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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한일관계 전문가 10명의 진단
“현재 한일관계는 0점도 줄 수 없는 상태다. 한일 모두 노력을 보이지 않았으니 점수를 매기기도 힘들다. 0점이라는 건 최소한 점수가 있다는 건데 지금은 0점도 안 된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현재 한일관계를 이렇게 진단했다. 동아일보가 3·1절을 앞두고 한일관계 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현재 한일관계의 평점은 3.85점(10점 만점)에 불과했다. 최저 2점에서 최고 7점까지 엇갈렸지만 응답자의 8명은 5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주었다. 주목되는 것은 전문가 대부분이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 일본에 있지만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방치한 한국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해법을 일본에 맡겨두지만 말고 한국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돌파구를 찾으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 “한국의 경직된 자세도 아쉽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데 전문가 모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에 있다. 하지만 우리도 경직된 자세로 한일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안 좋던 상황이 계속 이어져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최악이 됐다”고 진단했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한일관계를 정치적 시각에서 풀려다 보니 모두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가 얼어붙어 민간교류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으니 정치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역사인식이 왜곡된 국내 일부 세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해법에 대해서도 한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입구’로만 생각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정상회담, 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국도 일본의 제안을 수용할 기준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가해자인 일본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선에서 일본의 제안을 받을 수 있는지 밝히지 않고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만 써왔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민간외교는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받는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출금 해제 등은 정부가 관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3월 서울에서 한일 외교회담 개최해야”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으나 기반 조성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반드시 필요하다’(양기호 교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금은 할 의미가 없다’(진창수 센터장)까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조양현 교수는 “한일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오히려 독(毒)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2011년 일본 교토에서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만난 뒤 한일관계가 악화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세영 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은 “3월이면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 한국이 주최국인 만큼 제대로 된 한일외교회담을 열고, 이어서 한국 장관의 일본 방문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외교장관은 3차례 만났으나 모두 국제회의가 계기였다.

○ “한일관계 틀, 새로운 50년에 맞도록 재정립해야”

한일 국교수립 50주년인 올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해법의 실마리는 찾아야 한다. 정구종 교수는 “실현 가능한 것부터 푼다는 측면에서 한일문화협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일 문화재 반환 교섭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로 채워지면 좋겠다는 주문이 많았다.

특히 한일관계를 한일협정 당시(1965년)의 틀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세였다. 이숙종 교수는 “한일수교 50주년인 올해는 분단 70년이기도 하다”며 “분단과 일제 강점기는 연결된 만큼 통일 초석을 위해 새로운 한일관계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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