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전공, 한국 여성 예쁜 이유는 화장품 때문? 화장품학과 취업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9시 13분


[HOT100]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 전공 4학년 학생들이 ‘기초화장품실습’ 과목에서 직접만든 로숀을 현미경을 이용해 입자 분석을 하고 있다. 화장품 전공 커리큘럼의 특징은 강의와 실험실습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목원대 제공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 전공 4학년 학생들이 ‘기초화장품실습’ 과목에서 직접만든 로숀을 현미경을 이용해 입자 분석을 하고 있다. 화장품 전공 커리큘럼의 특징은 강의와 실험실습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목원대 제공
내가 만든 화장품이 더 좋아요^^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전공 4학년 이미연 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클린징 워터로 화장을 지운다. “민감성 피부에도 부드럽게 느껴지고 얼굴이 당기지 않는다”며 시중에서 150ml에 3만원이 넘는 제품보다 가격대비 성능비(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자랑한다.

목원대는 2006년에 화장품전공을 개설해 화장품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화장품학과는 ‘K-beauty’를 배경으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 전공 커리큘럼의 강점은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바로 실험실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전공은 37개 전공과목 중 46%인 17개 과목이 실험실습과 연계돼 있고 동아리를 통해서도 전공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생의약화장품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양재찬 교수는 “우리 대학 강의의 특징은 이론과 실험실습을 적절히 배합한 것”이라며 “‘기초제제실습’ 등 대부분의 강의에서 시판 중인 화장품을 놓고 사용 감, 향 등을 살펴본 뒤 제품의 PH, 점도, 물성 등을 체크 한다. 강의와 연계된 실험실습에서 화장품을 화학적으로 분석하고 배합, 추출 등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과정을 경험한다. 이래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현장대처능력과 학구적인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 ‘기업과 연구소의 시각’도 강조한다. 양 교수는 “기업에서는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원도 다시 교육을 시킨다. 대학 강의가 현장과 연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4학년 과목인 ‘화장품 제조학’의 경우 실제 화장품을 보여 주고 제조에 어떤 이론이 적용했는지, 어떤 공정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하는 등 대부분의 강의에서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논문과 특허도 자주 인용한다. 김보애 교수는 “화장품의 싸이클은 2~3년에 불과하고, 소재 또한 자주 변하기 때문에 교과서보다 논문이 화장품 제조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화장품 전공 동아리 활동은 학과 커리큘럼의 강점을 반영하고 있어 학생들 스스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기초체력을 제공한다. 화장품 전공에는 이 씨가 속했던 ‘내츄럴 제너레이션(NG)’ 동아리를 비롯해 ‘기초제제실습’ ‘색조제제실습’ ‘전공영어논문학습’ 등 4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동아리에는 교수들도 직접 참여해 전공전문성 강화에 도움을 준다. 동아리는 학과 수업과 연계돼 5, 6명의 학생들이 조를 이뤄 화장품을 만들고 그 과정을 다른 팀과 공유하는 등 실제 수업과 비슷하게 이뤄진다. 다른 점은 학생들 스스로 운영한다는 점. 이 씨 팀에서 만든 클린징 워터에 대한 정보는 다른 팀에게 전파됐고 이 씨 팀도 다른 팀이 만든 화장품 제조과정을 공유했다. 이 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사서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화장품에는 구체적인 성분과 함량 등은 나오지 않기에 제품을 써보고 성분을 추측해 처방전을 만든다. 교수님은 처방전을 보고 부족한 것을 말씀해 주신다. 이렇게 해서 클린징 워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클린징 워터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비는 단돈 3000원. 이 씨가 만든 클린징 워터를 선물 받은 룸메이트는 사용을 해본 후 좋다면서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이 씨가 이렇게 1년간 만든 화장품은 클린징 워터를 비롯해 10여개로 이 과정을 통해 색조, 크림, 세정 등 화장품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양 교수는 “학생들이 만든 화장품은 기성제품과 비교한다면 85점 정도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자신에게 맞고 가격대비 성능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 전공 학생들이 세운 학내벤처기업인 ‘CHOA’의 주력제품인 방향제 플라워 디퓨져. 발향을 좋게하기 위해 천연오일과 갈대나무스틱을 원료로 사용했다. 시판가격은 18000원. 초아는 방향제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화장품을 만들어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자신감의 바탕은 학교에서 배운 기술력. ‘CHOA’ 제공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 화장품 전공 학생들이 세운 학내벤처기업인 ‘CHOA’의 주력제품인 방향제 플라워 디퓨져. 발향을 좋게하기 위해 천연오일과 갈대나무스틱을 원료로 사용했다. 시판가격은 18000원. 초아는 방향제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화장품을 만들어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자신감의 바탕은 학교에서 배운 기술력. ‘CHOA’ 제공
‘NG’ 동아리에서 화장품을 만들 때 활용한 학과목은 ‘피부관리 실습’ ‘화장품 성분학’ ‘기초화장품제제 실습’ ‘색조화장품제제 실습’ 등 화장품 전공 2학년 과목부터 4학년 과목까지 다양하다. 양 교수는 “화장품은 안전성, 안정성, 유효성, 사용성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들은 화장품을 만들면서 이 4가지를 확인하는데 실험실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심화학습’을 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실험실습과 연계된 커리큘럼은 화장품학 전공 학생들로 이뤄진 학내 벤처기업 ‘CHOA(초아)’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대표인 09학번 김한나 씨는 “많은 실험실습과 동아리 활동이 CHOA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는 방향제 종류만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의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며 실습중심의 커리큘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화장품학 전공 전임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만족도는 높다. 왜 그럴까? 해답은 교수들의 전공 구성과 교수-학생 공동연구에 있다. 화장품의 두 축은 만드는 ‘제형’과 원료인 ‘소재’인데 두 명의 전공 교수는 각각의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 학부장인 양재찬 교수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 생산업체인 ‘LG생활건강’에서 18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인 주름 개선제 ‘이자녹스 링클 프리’와 미백제 ‘이자녹스 화이트 포커스’를 만들었다. 양 교수가 기업체에 근무하며 신제품을 개발한 경력 덕분에 학생들은 화장품 제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고, 시장 지향적인 ‘기업체의 시각’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김보애 교수는 ‘천연물소재’ 전문가로 주 연구 분야는 한방 기능성 소재 발굴과 한방 복합제제 개발. 항노화(안티 에이징)에 대한 연구로 요즘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뜨는 분야다. 두 교수가 지난 4년간 발표한 논문은 50여 편에 이르고 보유 중인 특허만도 31개나 된다.

교수들은 고가의 장비가 있는 자신들의 실험실을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화장품학 전공 교수와 학생들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10여 편의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한약재 종자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 소재로서의 가능성 평가’를 비롯한 3편의 공동 논문은 ‘한국미용학 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내년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4학년 이병은 씨는 “양 교수님의 경력을 알고 학과에 지원했다. 화장품 연구원이 되고 싶은데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공부하는 교수와의 공동작업’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장을 맡고 있는 양재찬 교수가 학생들이 만든 화장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양 교수는 LG생활건강에서 18년간 재직하며 국내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기도했다. 그의 기업체 재직 경력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창의성 있는 화장품’을 개발할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목원대 생의약화장품학부장을 맡고 있는 양재찬 교수가 학생들이 만든 화장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양 교수는 LG생활건강에서 18년간 재직하며 국내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기도했다. 그의 기업체 재직 경력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창의성 있는 화장품’을 개발할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화장품학 전공의 2014년 취업률은 66.7%로 2013년 55%에 비해 11% 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양 교수는 “‘항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의료관광의 수혜가 화장품까지 미치는 등 융합 대상으로 화장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화장품법 시행령에 화장품 제조사는 이화학 전공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조항이 신설되는 등 정부의 화장품 산업 육성정책도 학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화장품 전공 학생들의 취업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양 교수는 취업의 질에 더 신경을 쓴다. 1년 이상 취업이 유지되는 ‘유지 취업률’을 높일 수 있도록 좋은 업체에 학생들을 더 많이 취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OEM 방식을 통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창업하도록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창업이야말로 양질의 취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의 바람은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beauty’의 바람을 타고 한국 화장품의 수출규모는 해마다 늘어나 산업기반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2012년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해 수입액 9억 7000천만 달러를 앞질러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12억 8900만 달러의 수출과 2억 9613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0년 수출 60억 달러, 생산액 15조를 달성해 화장품 G7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양 교수는 한국화장품의 약진은 “소재와 기술을 접목시킨 화장품의 다변화와 한류 연예인들의 유명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국 사람들이 예쁜 이유는 화장품 때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대학은 한국만이 갖고 있는 고유소재를 이용해 기술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현재 오미자의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생의약화장품학부는 미생물나노소재학과, 의생명보건학부와 함께 교육부가 선정하는 특성화 지원학부에 선정됐는데 기초학문분야의 시너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학부는 앞으로 5년간 지원받는 정부 지원금으로 학교 장학금과는 별도로 ‘학생독립과제 우수 장학금’과 ‘포트폴리오 우수 장학금’ 등을 신설해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등 학생들의 학업의욕을 높이고 현장중심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부족한 전임교수 확충을 계획하고 있는데 실현되면 보다 짜임새 있는 교육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의약화장품학부 입학성적은 수능 평균 5등급.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수시에서 70%를 선발한다. 정시 선발 기준은 수능 100%. 화학이 기본인 화장품 전공을 문과 출신이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자 양 교수는 “내가 도와주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호탕하게 웃는다. 잘 나가는 학과는 산업의 흐름에 민첩하게 적응한다. 화장품은 ‘기술력+문화+감성’의 종합예술품이다. 전망 있는 화장품학과가 입시생들에게 관심을 못 받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화장품학과가 주로 지방 대학에 있어 학과의 가능성보다는 서울과 수도권만을 좇는 불행한 세태의 희생양이 된 탓이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불이 켜 있는 연구실을 노크하면 교수님이 반겨주신다”고 말한다. 열정 있는 교수에 미래까지 밝은 학과는 흔치 않다.

대전=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