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3 전형’ 5100명 등록금만 733억… 前現총장 12명 檢송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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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박범훈 前총장 등 17개大-유학원 관계자 62명 기소의견 송치

A 씨(24)는 2009년 중앙대의 ‘1+3 국제전형’에 합격했다. 국내 명문대 진학이 쉽지 않은 성적이었기에 “1년 동안 국내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 3년간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가슴이 설�다.

그는 합격 후 1년간 중앙대에서 수업을 받고 미국의 한 주립대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합격 전에 들었던 학교 측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3000만 원 가까운 돈을 들였지만 수업내용이나 교육환경은 기대 이하였다. 그는 편입하기 위해 미국 내 다른 대학에 문의했다. 얼마 뒤 A 씨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들었다. A 씨가 이수한 학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년 동안 받은 수업이 송두리째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A 씨는 결국 귀국한 뒤 2011년 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다.

6, 7년 전 국내 10여 개 대학이 경쟁적으로 도입해 운영했던 1+3 국제전형에 합격한 사람은 약 5100명. A 씨를 비롯해 이들 중 상당수가 학점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 전형 자체가 사설 유학원이 주도한 불법 유학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피해가 잇따르자 2012년 11월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에 전형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일부 대학과 학부모들이 소송을 냈으나 대부분 패소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7월부터 국제전형 운영의 위법성 수사를 해온 경찰은 외국교육기관특별법위반 혐의로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1년 3개월여에 걸친 수사를 통해 모두 17개 대학과 유학원 관계자 6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직에서 사퇴한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과 박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 김희옥 현 동국대 총장(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등 전현직 총장 12명이 포함됐다.

전형 운영 과정에서 대학과 유학원 사이에 기부금이 오간 사실도 확인됐지만 대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17개 대학의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등록금 명목으로 낸 돈만 약 733억 원에 달한다. 각 대학은 이 돈의 절반가량을 유학원에 주고 나머지를 챙겼다.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새로운 형태의 1+3 전형이 등장해 입시철 수험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유학원이 필리핀 미국 등지의 대학과 연계해 변형된 전형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필리핀이나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전문대)에서 1년을 공부하면 미국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고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24일 찾은 서울 강남의 B유학원의 경우 “영어 성적이 부족해도 우리 커리큘럼만 따라가면 걱정 없다”며 “수능에서 영어 4등급을 받은 학생도 무난하게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강남의 다른 유학원 측도 “1년간 필리핀 대학에서 1학년을 보내는데 현지 코디네이터가 있어 큰 불편은 없다”며 “나머지 3년은 미국 명문대에 진학해 공부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학원들이 연계한 대학에서 실제 학적에 등록돼 1학년 학점을 주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정윤철 기자
#1+3 국제전형#중앙대#한국외국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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