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단위 살인 스케줄에… 죽음의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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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차량 또 사고

여성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 멤버들을 태운 승합차가 고속도로에서 방호벽을 들이받아 멤버 고은비 씨(22·사진)가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3일 오전 1시 23분경 경기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인천 방향 43km 지점)에서 레이디스 코드 멤버 5명과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7명이 탄 그랜드스타렉스 차량이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고 씨가 숨지고, 메인 보컬 이소정(21), 권리세 씨(23) 등 2명은 중상, 나머지 멤버 2명과 스타일리스트 등 4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레이디스 코드는 앞서 대구에서 KBS 1TV ‘열린음악회’ 공연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평소 타고 다니던 차량에 문제가 생겨 이날 다른 차량을 빌려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머리에 중상을 입은 리세 씨는 현재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은 모두 서울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정 씨는 골절상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매니저 박모 씨(27)의 과속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비가 내려 스키드마크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해당 구간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사고원인 규명에 애를 먹고 있다. 사고 피해가 컸던 것은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운전석의 박 씨와 보조석의 스타일리스트는 안전띠를 맸지만 뒷좌석에 앉은 멤버 5명은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수시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연예인들에게 승합차는 의식주를 제공하는 집과 같다”고 말했다. 승합차 안에서 의상을 갈아입거나 밥을 먹고, 수면까지 취해야 하다 보니 안전띠 매는 것을 기피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안전 불감증에다 빡빡한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과속 운전, 운전사인 매니저의 피로가 겹치면서 연예인들의 차량 안전은 늘 적신호가 켜져 있다. 가수 A 씨의 매니저는 “시간에 쫓기며 살다 보니 레이싱을 하는 마음으로 운전한다. 과태료를 내더라도 스케줄을 지키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운전 행태) ‘갓길 주행’을 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시간에 쫓기는 것은 공연행사 참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 때문이다. 가수 B 씨의 소속사 대표는 “돈을 거의 행사로 벌다 보니 소속사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행사를 더 뛰는 게 이득이다. 거의 분 단위로 움직이는 상황이라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곡예 운전을 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 용인=남경현 기자
#연예인 차량 사고#레이디스 코드#고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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