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예산 없다” 9월 연합평가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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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일반고 전환땐 14억씩 쏟아붓겠다면서…
“6억 드는데 시의회가 예산 삭감” 당초 年4회 예정… 하반기 불투명
서울 불참땐 전국 학력측정 불가

서울시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9월 전국고교연합평가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달초 각 고교에 보낸 공문에서 9월 3일로 예정됐던 고교 1, 2학년 전국연합평가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유는 ‘특별교육재정지원 어려움과 교육청의 예산사정 악화’였다. 또 11월에 예정된 고교 1, 2학년 전국연합평가도 ‘시행 여부를 추후 안내하겠다’고 밝혀 실시가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연합평가는 전국 고교생이 1년에 4차례, 동시에 치르는 시험으로 전국에서 자신의 성적이 어느 위치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 지난해 말 시교육청은 각 고교에 2014년 연합평가 계획을 통보하며 총 4회를 예고하고 2회만 실시한 상태다. 한데 갑자기 예산 부족을 이유로 9월 시험을 취소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지역 고교생이 연합평가를 치르는 데 총 6억 원이 든다”며 “지난해 말 계획을 짤 때는 총 4번을 실시하려 했지만 서울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시의회는 연합평가의 학습효과가 크지 않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예산을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사교육기관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국 고교생들이 치르는 시험에서 서울지역 고교생들만 빠지면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원을 통해서라도 시험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교육청 예산으로 치러야 할 시험을 학원에 가서 개인 비용으로 치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혁신학교와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조희연 교육감의 관심 분야에만 예산을 몰아주고, 정작 학생들이 필요한 분야는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올해 하반기 혁신학교를 최대 10곳 늘릴 계획을 발표하며 학교당 1억 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자사고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면 5년간 최대 14억 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교육감 공약에는 수십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300곳이 넘는 고교가 볼 시험은 6억 원이 없어 취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서울시교육청#전국고교연합평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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