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재판 비공개 증언 北에 유출… 북한에 남은 아들 딸은 어떻게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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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부 출신 탈북자 ‘경위 조사’ 탄원서
“항소심 재판 한달뒤 北딸이 전화… 보위부 끌려가 조사받았다고 말해”
재판 당시 변호인 등 10명만 참석

지난해 12월 6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류자강·34)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비공개로 증언을 했던 탈북자 A 씨는 한 달 뒤인 올해 1월 6일 북한에 있던 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딸은 다급한 목소리로 “1월 3일 보위부 요원들에게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보위부 조사관이 ‘네 아빠가 재판에 나가서 조국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나쁜 일을 한다. 아빠와 연락이 되면 조국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남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황한 A 씨는 1월 16일 “비공개 재판과 신변 보호를 약속받고 나간 것인데 증언 사실이 북한에 알려져 의문이다”라며 비공개로 했던 자신의 법정 증언 내용이 북한으로 유출된 경위를 조사해 달라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2월 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런 사실을 얘기하면서 “그 후로 아들과 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언론에 난다면 내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 씨의) 재판에 나갔다는 걸 확인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이달 1일 일부 언론이 A 씨가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그의 아들과 딸의 안전을 더욱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A 씨는 이날 통화에서 “국가와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 내 탄원서를 유출한 사람은 아들, 딸도 없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있는 자신의 아들과 딸의 안전을 크게 걱정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A 씨가 법정에 출석했던 당시 증인신문은 재판부와 검사, 피고인인 유 씨와 유 씨의 변호인 5명 등 모두 10여 명만 참석했다. 그 외에는 누구도 법정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A 씨에게는 보위부가 어떻게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적발하는지, 탈북자들이 어떻게 두만강을 도강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는 유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가 두만강을 건너 오빠에게서 탈북자 정보를 받아 북에 전달했다고 한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유 씨의 변호인은 A 씨의 탄원서에 대해 1월 22일 재판부에 “A 씨의 증언이 유 씨에게 불리하지 않은데 A 씨의 증언을 북측에 알릴 이유가 없다. 유 씨가 북한과 연결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의견서를 냈다.

A 씨는 2003년 국내에 들어온 뒤 그동안 신분을 숨긴 채 살아왔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의 안전에 해가 될까 봐 이름 등을 모두 바꿨다. 탈북자 특별관리 기간인 5년이 지났지만 보위부 출신이라는 특수 신분 때문에 10년 넘게 경찰관 3명이 24시간 교대하며 밀착 경호를 하기도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유우성#북한#보위부#공무원 간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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