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개편에 집값 프리미엄 위협받자… “더 번듯한 이름으로 바꿔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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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아파트 남부순환로→삼성로 주민 80%가 변경 신청… 주소 바꿔
다른 아파트단지로 확산될수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새 도로명주소가 집값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강남구에 민원을 제기해 최근 아파트의 주소를 바꿨다. 또 일부 단독주택의 주인들은 주요 출입구의 위치를 바꿔 도로명주소를 변경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를 타고 집값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주소를 바꾸려는 아파트 단지 등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의 도로명주소가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3032’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로 150’으로 변경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2435채 규모의 대단지인 미도아파트는 접해 있는 도로가 많아 여러 가지 도로명주소가 가능했다”면서 “미도아파트 주민의 80% 정도가 주소를 바꿔달라는 의견을 내 주소를 변경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부순환로, 영동대로, 삼성로, 양재천로 등 4개의 도로에 접해 있는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아파트 단지의 주요 출입구가 남부순환로 쪽으로 나 있다는 이유로 당초 새 주소에 남부순환로가 포함됐다. 하지만 미도와 마찬가지로 남부순환로에 접해 있는 같은 지역의 은마, 선경아파트가 ‘삼성로’ 주소로 쓰게 되자 미도아파트 주민들이 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남부순환로에 접한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도 각각 언주로, 선릉로를 주소로 쓰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강남구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1월 출입구 위치를 변경했다며 주소를 ‘봉은사로’에서 ‘선릉로’로 바꿨다. 서울 용산구의 다른 주택도 최근 ‘보광로’ 대신 ‘이태원로’로 주소를 변경했다.

‘도로명주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주소는 큰 도로를 기준으로 붙이게 돼 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 ‘대로’와 ‘로’가 접해 있으면 ‘대로’ 중심으로 주소가 배정됐다. 하지만 공동주택 소유자나 대표자가 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주소를 바꿀 수 있다. 기초지자체 부동산정보과에 주소명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자체는 기초조사를 진행한다. 주소를 변경할 만한 사유가 있고, 주소를 바꾸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면 지자체장이 변경을 결정해 발표하고 안전행정부에 보고하게 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2011년에 어떤 도로명주소를 쓰고 싶은지 정부가 의견을 물었을 때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던 아파트 주민들 중 상당수가 최근 주소 변경 절차를 문의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소 변경을 고려하는 개인 및 아파트들은 대부분 ‘집값 프리미엄’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전에 특정 동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집값이 높게 형성됐던 지역의 주민들이 동명이 없어지면서 그에 따른 혜택을 잃을까봐 주소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을 이유로 주소 변경 민원이 늘어나고, 지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지자체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경우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소 변경이 너무 많아지면 쉽게 주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도로명주소 체계의 취지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도로명 주소#삼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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