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모 모시고 살던 60대 아들, 생활고-신병 비관 목숨 끊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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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60대 남성이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해 90대 노모를 곁에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수서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어머니 A 씨(93)와 함께 살던 김모 씨(61)가 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김 씨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80만 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몇 해 전부터 일자리가 없이 생계 급여에 의존해 살아 온 김 씨는 대장암에 우울증, 고혈압, 위장병까지 앓으면서 괴로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런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평소 복용하던 우울증 약 등을 한꺼번에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의 유족은 김 씨가 사건 이틀 전부터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건 전날 김 씨가 잠자리에 들며 노모의 손을 꼭 잡고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를 두고 가야 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됐으나 유족은 가정 형편상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했다. 강남구청은 대한적십자와 협의 해 김 씨의 장례를 위해 무료영구차를 제공하고 김 씨의 어머니에게는 요양시설 입소를 안내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구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가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복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손녀 교복 찾으러 불길 뛰어든 할머니 구하려다 여고생 숨져

여고생 손녀의 교복을 챙기기 위해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간 할머니를 구하려고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든 여고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오전 9시 26분경 충남 예산군 오가면 박모 씨(47)의 집에서 불이 나 Y여고 신입생인 박 씨의 딸(17)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양은 할머니 이모 씨(63)와 함께 집에 있다가 불이 나자 집 밖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이 씨가 박 양의 교복을 챙기겠다며 집으로 다시 들어갔고 이를 알게 된 박 양이 잠시 후 뒤따라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할머니는 교복을 갖고 탈출했지만 박 양은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집 거실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박 씨는 이날 아침 농사일을 하러 외출한 상태였다.

이 씨는 “손녀가 새로 구입한 교복이 생각나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갔다 돌아와 보니 손녀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고교생이 됐다며 교복을 애지중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기초생활수급대상자#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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