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학과 수 61개 ‘잡화점’… 특성화에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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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8-英 46개 비해 너무 ‘비대’… “학과 구조조정으로 정원 감축을”

여기 두 대학이 있다. 하나는 18개 단과대(100개 학과)에 재학생은 2만3000여 명, 다른 한 곳은 단과대 5개(38개 학과)에 학부 재학생은 6700여 명(지난해 기준). 전자는 국내 지방의 한 사립대. 후자는 미국의 하버드대다. 국내의 이 사립대는 교육부의 정원감축 계획에 대비해 반년 전부터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학과 통폐합에 나섰지만 교수진 등 학내 반발로 제대로 실행조차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과 국내외 대학들의 학과 편성 및 학사과정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 사립대가 외국 명문대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립대 평균 학과 수는 61.3개로, 미국(48.1개) 영국(46개)의 사립대 평균 학과 수보다 10개 이상 많았다. 반면 국공립대 학과 수(77.5개)는 미국의 국공립대에 해당하는 주립대(80.5개)보다 적었다. 국공립대는 지역 거점대학으로 육성해 대형 종합대로 키우는 한편 사립대는 강소형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교육 당국의 구상과 역주행하는 셈이다.

학과 편성도 문제로 나타났다. 국내 사립대의 건축학 신문방송학 교육학 관련학과 보유비율은 외국 사립대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영어 관련학과 보유 비율에서도 국내 사립대는 94.7%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 영국 사립대(81.8%)보다 높았다. 반면 기초학문인 철학 물리학 화학 관련학과 보유 비율은 외국 사립대보다 낮았다. 중구난방으로 학과를 개설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 간판만 바라보게 되고 결국 전공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기 일쑤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의 최근 3년(2011∼2013년) 학과별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문방송학과의 경우 3년 동안 취업에 성공한 91명 가운데 전공 관련 취업자는 16명(17.6%)에 불과했다. 배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조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사립대#학과 구조조정#정원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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