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20년만의 폭설에 시설하우스 156동 파손 등 피해 속출 “3억 들인 하우스, 하룻밤새 폭삭”
동아일보
입력 2014-02-11 03:00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71cm 눈에 속수무책… 전재산 날려, 강원 초중고 11일까지 휴업 연장
‘눈 폭탄아! 이제 그만.’ 동해안 지역에 닷새째 폭설이 이어진 10일 오전 강원 강릉시 월호평동의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한 농민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남아있는 눈을 털어내고 있다. 강릉=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루 종일 쏟아진 눈 때문에 전 재산이 날아갔습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이동근 씨(46)는 10일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토마토 비닐하우스(3967m²)를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첫 수확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그는 2개월 전 남들보다 빨리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 난방시설을 갖춘 하우스를 지었다. 1996년부터 농사로 모은 재산에 은행 대출까지 보태 3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7일 0시경부터 8일 새벽까지 쏟아진 눈 폭탄은 이 씨의 꿈을 앗아갔다. 그는 폭설 속에서 눈을 치우며 하우스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결국 8일 오전 6시경 눈앞에서 하우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주말 동안 이 지역에 내린 눈은 71cm가 넘었다. 이 씨는 “이곳에 살면서 이런 폭설은 처음이다.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한탄했다.
6일부터 닷새에 걸쳐 경북과 강원 동해안 지역에 최고 1.2m 이상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후까지 진부령 122cm, 강릉 107cm, 동해 84cm, 속초 76cm, 대관령 66.5cm, 경주 28cm, 울진 24.3cm가 쌓였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동해안 지역에 5∼15cm의 눈이 더 내리고 13∼15일에도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은 20여 년 만의 폭설로 상옥리 등 50여 농가가 10억96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경북 지역 전체 피해액 15억2000여만 원의 72%를 차지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10일까지 포항을 비롯해 청송 영양 봉화 울진 등 5개 시군 농가 100여 곳에서 비닐하우스 156동이 무너졌다.
강원 동해안 지역도 피해가 잇따랐다. 10일 오전 7시경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의 삼척시 소유 게이트볼장 지붕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됐다. 강릉 동해 속초 삼척 정선 고성 양양 등 7개 시군의 비닐하우스 24동과 축사 15동 등 45개 시설이 파손돼 6억2200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강원 동해안 초중고 166개교가 임시휴업을 한 데 이어 11일에도 83개교가 연장 휴업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 예정)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폭설이 내린 금강산에 제설차 3대와 행사 준비인원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