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슈퍼甲’ 넘은 팬덤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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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JYJ 방송출연 방해 말라” SM에 시정명령 팬들의 노력으로 3년 만에 음악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JYJ.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전 소속사인 SM에 시정명령을 내렸어도 실제로 JYJ가 자유롭게 방송에 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동아일보DB
공정위 “JYJ 방송출연 방해 말라” SM에 시정명령 팬들의 노력으로 3년 만에 음악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JYJ.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전 소속사인 SM에 시정명령을 내렸어도 실제로 JYJ가 자유롭게 방송에 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동아일보DB
“JYJ 오빠들을 TV에서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 사이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며칠 간격으로 수천 통 묶음의 탄원서가 도착했다. 내용은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방해로 TV에서 모습을 감춘 JYJ의 방송 출연을 도와달라는 것.

수만 통이나 쌓인 절절한 ‘팬심(fan心)’은 결국 3년 만에 성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24일 SM과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이 JYJ의 방송 출연과 가수 활동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중문화계의 갑(甲)인 SM이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특정 연예인의 TV 활동을 막았다는 판단에서다.

JYJ는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로 구성된 3인조 그룹이다. SM 소속 그룹인 ‘동방신기’의 전 멤버였던 이들은 긴 계약기간과 불공정한 수익 배분 등을 이유로 2009년 소속사를 나왔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던 이들 3인은 SM을 탈퇴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SM은 전속계약 효력확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며 맞섰다. JYJ가 무단으로 ‘이중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긴 싸움은 지난해 11월 “계약을 종료하고 서로의 활동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원의 임의조정이 있을 때까지 3년 4개월간 이어졌다.

그동안 JYJ는 TV의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못했다. 다만 박유천과 김재중이 간간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음악 이외의 활동만 할 수 있었다.

이런 배경에 대해 공정위는 SM과 문산연이 소속사와 분쟁을 일으킨 JYJ에 대해 연예계 질서 유지 차원에서 연예 활동을 자제시키는 방안을 협의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문산연은 ‘JYJ의 방송 섭외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3개 지상파 방송사와 JYJ 1집 앨범 유통사인 워너뮤직코리아 등 26개 사업자에 발송했다.

SM이 계약 분쟁으로 소속사를 탈퇴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은밀히 힘을 발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방송계가 섭외 문제 등으로 대형 기획사의 영향력을 신경 쓴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팬들이 나섰다. 팬클럽 멤버들은 JYJ의 방송 출연을 허용해 달라는 탄원서를 공정위에 보내기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팬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JYJ가 음반 판매량이 많은데도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가수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파악했다. JYJ의 1집 정규앨범은 9만9000장, 2집 정규앨범은 22만 장이 팔렸다. 공정위는 “대중이 인기 있는 가수를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고 싶어 하는데도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SM에 JYJ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SM은 “방해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JYJ의 현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백창주 대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문화계 슈퍼 갑의 횡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JYJ의 모습을 당장 TV에서 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 시정명령은 SM과 문산연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방송사의 ‘대형 기획사 눈치 보기’가 계속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임희윤 기자 balgun@donga.com
#JYJ#시정명령#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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