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신용현 이-버드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 이문정 MBC 기상캐스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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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법과 글로 기술 상표 보호… 외국어 능력 기르세요”
고교생이 만난 변리사

서울 구현고 2학년 전찬희 양(왼쪽)이 신용현 변리사에게 ‘변리사의 자질’에 관해 묻자 신 씨는 “글 쓰는 능력과 외국어 능력을 갖추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구현고 2학년 전찬희 양(왼쪽)이 신용현 변리사에게 ‘변리사의 자질’에 관해 묻자 신 씨는 “글 쓰는 능력과 외국어 능력을 갖추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뉴스에서 특허, 디자인, 상표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이슈가 자주 등장한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두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소송을 치르는가 하면, 미국 예일대가 학교명을 상호로 쓴 미국 내 입시학원에 대해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특허 출원 및 등록, 보호 등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리사’ 직업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기계·금속 분야 특허 법률전문가로 10년 넘게 일한 신용현 변리사(40)를 법 분야에 관심이 많은 서울 구현고 2학년 전찬희 양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버드(E-bird) 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최근 만났다.

변리사, 특허출원에서 소송까지

“변리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전 양)

신 변리사는 “개인이나 기업을 대신해 특허, 산업디자인, 상표와 같은 지식재산권을 특허청 및 법원에 신청해 취득하는 일을 해요. 특허 관련 소유권 다툼 및 침해 분쟁에 대한 변론을 맡기도 하지요”라고 답했다.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신 변리사는 전공을 살려 기계·금속 분야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의 특허출원, 등록유지, 심판 및 소송 등을 담당한다.

특허출원은 변리사가 의뢰인이 발명한 기술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기술적 검토를 한 후 서류를 작성해 특허청에 제출하는 것이다.

특허청 심사관은 서류에 적힌 내용을 심사해 특허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출원은 반드시 변리사를 통하지 않아도 되지만 출원 절차가 복잡하고, 서류 작성이 어려워 대부분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운다.

변리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뭘까? 신 변리사는 “늘 열정에 넘치는 고객과 만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의사는 매일 아픈 환자를 만나고,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받거나 분쟁에 휩싸인 사람을 만나야 해요. 한마디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고객을 만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변리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술’이라며 자신의 기술에 대한 확신에 넘치는 의욕적인 발명가나 벤처사업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변리사 자신도 힘이 솟구치는 걸 느껴요.”(신 변리사)

신 변리사는 “연봉도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논리적 글쓰기, 외국어 능력 갖춰야

‘논리적 글쓰기’와 ‘외국어 능력’은 변리사의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

변리사 업무 대부분이 서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무엇보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것.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왜 특허로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게 중요하다.

“특허명세서에 쓴 제 글을 바탕으로 특허청 심사관이 해당 특허권의 효력과 범위를 심사합니다. 그 결정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나 경영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해요.”(신 변리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추는 것도 좋다. 특허는 ‘그 나라에서만 유효하다’는 원칙이 있다.

한국 특허청에서 특허를 받은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특허청에서 별도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해외 특허출원은 한국 변리사가 직접 할 수 없고 미국 변리사가 법적 절차를 대리해야 하므로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능력이 요구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향후 5년 내에 법률 서비스 시장을 개방할 예정.

신 변리사는 “해외 자문 경험이 많은 세계 랭킹 1, 2위 로펌들이 국내 지점을 설립하면 전문성과 외국어 능력을 갖춘 변리사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공계 출신 유리

“변리사가 되려면 어떤 학과를 전공해야 하나요?”(전 양)

우리나라 변리사의 9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기술특허 분야의 인력 수요가 많아 공학 전공자들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리사의 전문 분야는 크게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약학·생명공학 등으로 나뉜다.

변리사가 되려면 신 변리사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변리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면 된다. 전공 제한은 없으며, 1차 시험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영어. 2차 시험은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및 선택과목 등 주관식 논술형으로 구성된다.

변호사가 되어 대한변리사협회에 등록해도 변리사 자격이 주어진다. 특허청 심사관으로 일정기간 일한 뒤 자격조건을 갖추면 변리사가 될 수도 있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뒤 특허청 연수 프로그램과 특허사무소에서 실무연수를 1년간 받으면 정식으로 변리사가 됩니다. 변리사 수가 느는 추세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수죠.”(신 변리사)

글·사진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날씨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그래픽까지 고민하죠”
초등생이 만난 기상캐스터

주가은 양(서울 송전초 6학년·가운데)과 박준우 군(강원 석사초 4학년)은 이문정 MBC 기상캐스터(맨 왼쪽)를 최근 만났다.
주가은 양(서울 송전초 6학년·가운데)과 박준우 군(강원 석사초 4학년)은 이문정 MBC 기상캐스터(맨 왼쪽)를 최근 만났다.

날씨와 관련된 기사를 쓰고 방송에서 보도하는 직업인 기상캐스터는 연중 여름이 가장 바쁘다.

폭우, 폭염, 태풍 등 큰 피해가 발생하는 기상현상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빠르고 정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기상캐스터의 몫이다.

1분 30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날씨뉴스를 전하기 위해 기상캐스터는 무엇을 준비할까? 날씨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2005년 MBC에 공채 입사해 현재 MBC 3시 뉴스와 뉴스데스크의 날씨뉴스를 맡고 있는 MBC 보도국 기상팀 이문정 기상캐스터(32)를 주가은 양(서울 송파구 송전초 6학년)과 박준우 군(강원 춘천시 석사초 4학년)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MBC 보도국에서 만났다.

방송하면서 날씨도 확인… “바쁘다 바빠”

2005년 MBC에 입사한 이문정 기상캐스터는 7년 동안 오전에 방송되는 MBC 뉴스투데이에서 날씨뉴스를 보도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뉴스데스크를 맡았다.

날씨뉴스는 뉴스가 방송되는 시간대에 따라 특징이 다르다. 오전에는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면서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반면 오후에는 하루의 날씨를 정리하고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 ‘열대야가 생기는 이유’처럼 보다 심층적인 날씨뉴스를 전한다.

기상캐스터의 일과는 밤사이 들어온 국내외 날씨정보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기상청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기상정보를 분석해 날씨뉴스에서 전할 내용을 정하고,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화면과 멘트를 준비한다.

지역별 기온을 막대그래프로 표시하거나 우리나라 지도 위에 다양한 색깔로 표시하는 등 어떤 그래픽 디자인으로 정보를 전달하는가 하는 것도 기상캐스터가 판단한다. ‘낮 더위 계속, 밤에는 선선’ ‘장마라더니 웬 더위?’ 등의 문구도 직접 써 넣는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와 의논하면서 영상을 다 만들면 기상캐스터는 방송을 위한 분장과 의상을 준비한다. 의상은 주로 날씨에 따라 결정하고 우산, 우비, 목도리, 장갑 등 날씨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재치 있는 소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씨는 “방송국에 있는 내 사물함에는 우산과 우비가 색깔별로 항상 준비되어 있다”며 웃었다.

기상예보 스튜디오는 원래 텅 빈 공간

날씨뉴스를 촬영하는 스튜디오에 들어선 두 학생은 깜짝 놀랐다. 온통 파란 벽으로 둘러싸인 텅 빈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박 군은 “이렇게 텅 빈 곳에서 촬영하는데 TV에서는 어떻게 기상캐스터가 화려한 그래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라고 물었다.

기상캐스터는 아무것도 없는 파란 벽 앞에서 날씨뉴스를 촬영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파란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특수 카메라로, 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에다가 미리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날씨화면을 합성하는 ‘크로마키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상캐스터가 되면 크로마키 방송 훈련을 한답니다. 아무것도 없는 파란 벽 위에 우리나라 지도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해당 지역을 정확하게 손으로 가리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처음에는 마치 로봇처럼 딱딱하고 어색하지만 합성된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를 보면서 6개월∼1년 꾸준히 연습하면 자연스러워져요.”(이 씨)

기상캐스터는 앵커와 달리 프롬프터를 보지 않고 날씨뉴스를 진행한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날은 분초 단위로 날씨가 바뀔 때마다 대본을 계속 고쳐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날씨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본 없이 날씨뉴스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 필요해요

이 씨는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0년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를 꼽았다.

이 태풍으로 수도권의 가로수가 뽑히고 전기가 끊겨 지하철 운행이 멈추는 등 큰 사고가 잇따랐다.

당시 이 씨는 기상특보 방송을 위해 한 달 가까이 오전 1시에 출근해야 했지만 기상캐스터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기상캐스터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주 양)

이 씨는 “요즘은 날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이상으로 날씨정보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대학에서 꼭 ‘대기과학’이나 ‘기상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기상캐스터가 될 수 있다”면서 “시청자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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