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2013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 예전에는 연봉, 지금은 자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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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즐거움’.

대학생들이 직장을 고르는 기준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봉이나 기업 규모처럼 객관적인 지표보다 자부심이나 즐거움 등 정서적인 면이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매년 실시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의 기업 선호도 의식 변화를 살펴봤다. 인크루트는 2004년부터 130개 기업(13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을 놓고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 착한 직장, ‘즐거운 기업문화’가 강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하고 싶은 기업을 선택한 이유의 변화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라는 답변은 2010년에는 8.8%, 2011년에는 7.3%로 각각 7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응답률이 15.0%로 늘더니 순위가 2위로 뛰었다. 올해 조사에서도 2위를 유지했다.

휴가나 복지제도 등을 포함한 ‘우수한 복리후생’ 항목도 4, 5위에 머무르다 올해 처음으로 3위(13.0%)로 올라섰다. 1위는 ‘동종업계와 지역사회에의 선도기업 이미지’(14.1%) 항목이었다.

반면 경제적인 보상을 의미하는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한 보상제도’라는 응답은 올해 5위(10.4%)로 내려앉았다. 이 항목은 2010년에는 3위(13.6%), 2011년 1위(15.9%), 2012년 3위(14.4%)였다.

선호 기업별로 살펴봤을 때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8.4%의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아 2009년 이후 5년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로 매번 1위를 차지했던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하고 공평한 보상제도’ 항목은 올해 3위(15.9%)로 떨어졌다. 대신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우수한 복리후생’이라는 응답이 각각 23.8%로 공동 1위에 올랐다.
▼ 아모레 2위-넥슨 7위… 10위권 처음 진입 ▼

아모레퍼시픽 직원들로 구성된 ‘ABC 밴드’가 5월 서울 중구 청계천로 본사 강당에서 열린 정기조회 중 공연을 하고 있다. 틀에 박힌 조회 형식을 탈피해 큰 호응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직원들로 구성된 ‘ABC 밴드’가 5월 서울 중구 청계천로 본사 강당에서 열린 정기조회 중 공연을 하고 있다. 틀에 박힌 조회 형식을 탈피해 큰 호응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지금까지 10위권 내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던 아모레퍼시픽과 게임업체 넥슨이 올해 처음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5.8%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넥슨은 3.2%로 7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을 선택한 대학생들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선택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아모레퍼시픽과 넥슨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사내 문화가 좋은 인상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내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과장’ ‘팀장’ 같은 호칭을 없애고 ‘∼님’으로 통일했다. 넥슨도 팀 내에서 ‘형’ ‘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가족적인 문화가 강하다.

직원 맞춤형 제도도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출근시간을 오전 7∼10시에서 자유롭게 정하는 ‘ABC(Asian Beauty Creator) 워킹타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넥슨은 입사한 뒤 3년이 지날 때마다 최대 20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주는 ‘3·6·9 근속휴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권도영 넥슨 인재개발팀장은 “대학생들에게 넥슨이 ‘GWP(Great Work Place·훌륭한 일터)’라는 인식이 있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실제 기업 상황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라 이미지가 주된 판단 근거가 됐을 것이다”면서 “다만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고유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시선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러셀레이놀즈의 고준 상무는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상무는 “과거에는 직장이 먹고 사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나의 행복과 발전을 이뤄주는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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