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SBS ‘런닝맨’ 조효진 PD·GS SHOP 임효진 쇼핑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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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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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기린초 6학년 설서윤 양(오른쪽)과 서울 우촌초 4학년 최지웅 군(왼쪽)은 최근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만드는 조효진 PD를 만났다.
전북 전주기린초 6학년 설서윤 양(오른쪽)과 서울 우촌초 4학년 최지웅 군(왼쪽)은 최근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만드는 조효진 PD를 만났다.
■ 조효진 PD와 설서윤 양-최지웅 군


요즘 초등생 사이에서 ‘런닝맨 놀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학생들은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규칙을 따라 등 뒤에 붙은 이름표를 서로 떼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린다. 게임을 할 땐 힘이 센 친구는 ‘김종국’, 날렵하고 재빠른 친구는 ‘유재석’ 등 런닝맨 속 캐릭터에 빗대어 역할도 나눈다. 이 놀이를 하다보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다고. 이처럼 예능 PD라는 직업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전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학생들의 생활도 변화시킨다.

2001년 SBS에 입사해 ‘X맨 일요일이 좋다’의 조연출,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의 연출을 맡았고, 현재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연출하는 SBS 제작본부 조효진 PD(37). 조 PD를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SBS 방송센터에서 전북 전주기린초 6학년 설서윤 양과 서울 우촌초 4학년 최지웅 군이 만났다.

예능 PD, 회의의 연속


런닝맨을 만드는 사람은 조 PD를 포함해 연출 3명, 조연출 3명, 작가 8명. 녹화가 없는 날은 제작진이 거의 매일 모여 회의를 한다.

런닝맨에는 대사와 행동이 적힌 대본이 없기 때문에 멤버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회의가 꼭 필요하다.

‘시간을 거스르는 자’ ‘공간을 지배하는 자’ 등 재미있는 주문으로 초등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초능력자’ 편은 제작진이 2주 동안 밤샘 회의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런닝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설 양)

조 PD는 촬영, 편집 등 프로그램 제작 과정 중에서 ‘회의’를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어려운 작업으로 꼽았다. 녹화는 2주에 한 번, 꼬박 이틀간 하는데 그 외의 시간에는 거의 회의를 한다는 것.

“런닝맨이 방송되는 시간대는 온 가족이 모여 TV를 시청하는 시간입니다. 초등생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 해요. 회의에서는 복잡하게 만든 게임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조 PD)

게임을 만들 때는 ‘공평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임을 할 때 한 사람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불리한 점도 함께 만들어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사랑받는다고 느낄 땐 ‘울컥’

조 PD는 “예능 PD의 세계는 치열한 ‘경쟁사회’”라고 설명했다.

매주 ‘시청률’이라는 성적표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

예능 PD의 평소 생활은 일반 직장인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편한 복장으로 늦은 시간에 출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시청률’은 한 주간 예능 PD가 한 일에 대한 결과이자, 성적표다.

조 PD는 런닝맨이 방송되는 일요일 오후 6시 전에 완성된 테이프를 넘기기 위해서 금, 토, 일요일은 거의 잠을 못 잔다고.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최 군의 질문에 조 PD는 2011년에 태국으로 촬영을 갔을 때를 꼽았다.

“태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이 태국 팬들로 가득해서 깜짝 놀랐어요. 멤버들이 ‘몰래 카메라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죠. 심지어 어떤 태국 팬들은 런닝맨 멤버들이 묵는 호텔 앞에서 밤새 기다리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언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런닝맨을 좋아해주는 것을 처음 알고 울컥했어요.”(조 PD)

조 PD는 초등생들이 ‘런닝맨 게임’을 하면서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어릴 때만해도 운동장에서 야구나 축구를 하면서 뛰어놀았지만 요즘 초등생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안타깝다고.

조 PD는 마지막으로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오랜 시간 회의하고, 밤새우고, 촬영 현장에서 뛰어다니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뛰어놀면서 체력을 길러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화려한 말솜씨보다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GS SHOP 쇼핑호스트 임효진 씨(왼쪽)와 서울 이화미디어고 3학년 장지수 양.
“화려한 말솜씨보다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GS SHOP 쇼핑호스트 임효진 씨(왼쪽)와 서울 이화미디어고 3학년 장지수 양.
■ 임효진 쇼핑호스트와 장지수 양


나른한 오후. 두 다리 쫙 펴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던 주방기구가 홈쇼핑 방송에 나온다.“오늘 운 정말 좋으신 겁니다. 기계 두 대를 하나 값에!”

쇼핑호스트의 말을 가만히 듣다보니 세상에 이보다 더 뛰어난 기능을 가진 기계는 없는 듯 싶다. 얼른 수화기를 들고 분주하게 번호를 눌러 주문한다. 친절한 미소와 디테일한 말솜씨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쇼핑호스트. 이들은 그야말로 ‘설득의 제왕’이다.

호감 가는 인상에 조리 있는 화술로 매 방송마다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 ‘GS SHOP’의 쇼핑호스트 임효진 씨(37).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GS SHOP 본사에서 PASS 고교생 기자인 서울 이화미디어고 3학년 장지수 양(18)이 만났다.
기자+방송+마케팅=쇼핑호스트

플라스틱 밀폐용기 방송 1시간 만에 1만 세트 매진, 주방기기 1분당 200대 판매 등 대기록의 주인공 임 씨. 방송을 마치고 막 내려온 임 씨는 장 양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매진. 이날 방송도 성공이었다.

“쇼핑호스트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장 양)

임 씨는 대학시절 기자를 준비하고 GS SHOP에는 PD로 입사한 복잡한(?) 전력을 털어 놓았다. 고려대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그는 처음엔 기자를 꿈꿨다고. 하지만 기자 시험에 계속 낙방하자 생각을 바꿨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보다는 ‘방송과 관련한 일’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전공인 경영학과와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을 살려 홈쇼핑 회사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방송과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홈쇼핑에 자연히 눈이 가더라고요. 기자처럼 예리하고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야 하는 데다 텔레비전에 방송도 되니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셈이었지요.”(임 씨)

2001년 PD로 입사한 임 씨에게서 쇼핑호스트의 자질을 발견한 것은 당시 쇼핑호스트 팀장이었다. 전 직원이 모인 월례회의 때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그를 눈여겨보았던 것. 팀장은 특채 선발에서 임 씨를 적극 추천했고, 그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쇼핑호스트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신입사원 때부터 쇼핑호스트 팀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유독 인상적이었어요.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에게서 반응이 온다는 점도 짜릿했고요. 팀장님이 저를 좋은 인재로 봐주신 덕분에 저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았죠.”(임 씨)

쇼핑호스트는 ‘사람 전문가’

탁월한 말재주를 지닌 임 씨에게도 쇼핑호스트의 길은 만만치 않았다. 모델, 미스코리아 출신의 동기들이 수두룩했고 어린 그에게 주방용품은 난해하기만 했다.

임 씨는 그길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자신이 맡은 제품을 방송 전 항상 들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판매자가 그 제품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주로 어떤 연령 대에 인기가 많은지를 살피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임 씨의 고군분투기를 듣던 장 양은 “쇼핑호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쇼핑호스트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서도 되기는 어려운 직업”이라고 답했다. 학력과 전공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호감형 인상과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성, 각 제품의 특징을 콕 집어서 대중들에게 어필 하는 전달력 있는 말솜씨를 고루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5개 TV 홈쇼핑 회사 말고는 취직할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쇼핑호스트 분야가 ‘바늘구멍’인 또 다른 이유다.

“한 가지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해요. 요리사 자격증이 있다면 주방용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겠지요? 실제로 보석감정사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도 있었답니다.”(임 씨)

그러면서 임 씨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10시 방송이라면 ‘그 시간대에 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연령대는 무엇을 좋아할까’ ‘날씨가 우중충한데 이런 날씨에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등을 상상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임 씨)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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