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큰 유치원비’ 학운위가 잡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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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명이상 유치원 의무화
수업료보다 비싼 부가비용… 학부모들 논의 참여 길열려

새 학기를 맞은 서울 A유치원의 3월 원비는 약 60만 원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지원하는 액수는 22만 원에 불과하다. 다달이 40만 원가량을 더 내야 하는 학부모는 무상보육이라는 말을 체감할 수 없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원비 명세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배(수업료 28만 원)보다 배꼽(부가비용)이 더 크다. 급식비는 요리 체험교실을 함께한다는 이유로 12만 원. 원어민 회화가 8만 원, 파닉스 등 영어 교재비가 4만 원이다. 외부업체의 발레와 실내체육 출장수업비가 6만 원이다. 여기에 원복과 체육복, 가방값이 포함된 입학금 25만 원은 별도다. 지난해보다 입학금은 5만 원, 원비는 12만 원 이상 올랐다.

어느 학부모는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에서 원비가 너무 올랐다고 지적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원장은 여러 사람 앞에서 “어차피 다들 공짜로 보내시잖아요. 특별활동비까지 안 내신다면 아이를 거저 키우려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일부 유치원이 이처럼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을 이용해 원비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 예년에 비해 수업료 인상폭이 크고 부대비용이 급증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도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추가 비용 상한액을 정했지만 사립 유치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설령 상한액이 있다 해도 자녀를 맡긴 학부모가 쉽게 신고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최근에는 특별활동을 외부업체에 위탁함으로써 유치원 회계에서 부대비용을 줄이는 편법을 쓰는 곳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유치원도 초중고교처럼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원생이 20명 이상인 유치원은 3월부터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 5∼11명이 참여해서 유치원 운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치원 규칙, 예·결산, 교육과정, 학부모 부담 경비, 급식, 방과후 과정 운영, 보건 및 안전관리를 다룬다.

국공립은 심의, 사립은 자문형식이다. 유치원에 운영위가 정착되면 원비나 부대비용을 멋대로 올리는 일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유치원의 운영위 활동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운영위를 두지 않거나 부실하게 만들면 원장 징계 등의 제재를 내리겠다. 원비를 지나치게 올리는 유치원에 대해 회계 감사도 곧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유치원비#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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