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16개국 68명 초중고생… 일곱 빛깔 공연 한마당

  • Array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위탁형 대안학교 겸 다문화학교인 부산 남구 문현4동 아시아공동체학교 초등부 학생들이 15일 동구 범일동 한국거래소(KRX) 아트홀에서 노래와 율동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제공
위탁형 대안학교 겸 다문화학교인 부산 남구 문현4동 아시아공동체학교 초등부 학생들이 15일 동구 범일동 한국거래소(KRX) 아트홀에서 노래와 율동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제공
# 쉬는 시간에 두 학생의 대화

학생1(이용군·17·중국): 야, 저기서 영진이랑 형찬이랑 싸워.
학생2(오다솜·17·한국): 샤워? 학교에서?
학생1: 아니∼ Fighting(싸움)!
학생2: 파이팅?

15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범일동 한국거래소(KRX) 아트홀. 한국 러시아 중국 필리핀 국적 고교생 13명이 공연하는 ‘디딤돌반 이야기’라는 연극의 한 토막이다. 이를 지켜보던 200여 관객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디딤돌반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남구 문현4동 아시아공동체학교가 운영하는 한국어 초급반 과정. 이들은 이곳에서 겪는 에피소드와 문화지체(아노미) 현상을 함축적으로 그려냈다.

2006년 옛 배정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문을 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위탁형 대안학교 겸 다문화학교다. 부산시교육청에서 인가받은 정원은 초등 2학급 40명, 중고등 1학급씩 40명 등 80명. 30%는 한국인 학생이다. 이 학교는 새 학기를 앞두고 매년 이맘때 학부모와 후원회원, 자원봉사자들 앞에서 1년 동안 닦은 한국어 실력을 선보인다. 도움을 준 분들께 노래와 연극, 무용, 악기 연주, 장기자랑으로 보답하는 것. 이날은 ‘일곱 색깔 무지개 마당’이라는 주제로 16가지 프로그램을 공연했다.

16개국 68명의 초중고교생은 대기실에서 대사를 외우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감쌌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동작 하나 말 한마디를 놓고 한 몸처럼 어울렸다. 감기 몸살에도 행사에 참가한 나자 양(12·러시아)은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면 힘이 솟는다”라고 한국말로 자기 역할을 소개했다.

한국문화 이해 프로그램인 태권무를 공연한 케냐 국적의 위니(11), 조이 양(9) 자매는 “한국 학생들과 사귈 수 있어 기쁘다. 태권도 동작이 너무 멋지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페루 출신 윤수원 군(18)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즐기기 어려운 동아리 활동이 많고 한국말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자랑했다. 꿈이 체육교사인 그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기 위해 겨드랑이 부위에서 냄새가 나는 액취증을 없애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빙고와 솜사탕을 연주한 오카리나 합주,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이라는 주제의 노래율동, KRX 음악동아리 익스뮤즈와 합동밴드 공연, 늑대와 일곱 마리 양 디딤돌반 연극, 기타 공연이 이어지자 박수소리가 공연장에 가득했다. 행사를 기획한 황수미 교사(38)는 “다양한 환경과 문화를 배우면서 함께 어울리는 학생들이 대견스럽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같이 하면 서로 힘이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지원한 신승철 KRX 부장(51)은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진 이들에게는 작은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된다. 더 많은 사회적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년째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박효석 상임이사(46)는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 속에서 융합교육의 보석을 찾고 있다. 콘텐츠가 다양한 아시아공동체학교의 교육과정을 선진국에 수출할 날도 머지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