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 하루 14명꼴… 교통안전은 가정파괴 막는 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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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도엽 국토부 장관 집무실서 좌담회

《 “교통안전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복지정책’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22만1711건, 목숨을 잃은 사람만 5229명이나 됩니다. 이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면 사고로 장애가 생긴 사람, 사망자 유가족들의 생활수준은 훨씬 나아졌을 겁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 국토부 장관 집무실에서 열린 교통안전 좌담회에서 ‘교통 복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 복지정책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교통안전에 대한 투자를 복지정책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
21일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장관 집무실에서 권도엽 장관과 교통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의 교통안전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교통법규 위반에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영숙 
전국어머니안전지도사 중앙회장, 권 장관,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고승영 대한교통학회 회장. 과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1일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장관 집무실에서 권도엽 장관과 교통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의 교통안전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교통법규 위반에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영숙 전국어머니안전지도사 중앙회장, 권 장관,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고승영 대한교통학회 회장. 과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권 장관과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고승영 대한교통학회 회장, 박영숙 전국어머니안전지도사 중앙회장 등 4명이 한국의 교통안전과 관련한 문제점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통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논의가 한창이다. 교통은 이와 어떻게 관련이 되나.

▽권 장관=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교통안전 문제를 투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복지’라는 시각을 가질 때가 됐다. 가족 구성원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그 가정은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다. 생명안전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정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는 도로에 대한 투자를 복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 회장=최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교통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중단하고 복지를 늘리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교통안전만큼 효과적인 복지정책은 많지 않다. 교통에 대한 투자를 늘려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줄일 수 있다면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 대선후보 중 누구도 교통안전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교육이나 홍보로 교통안전 인식이 개선될 수 있나.

▽정 이사장=교육이나 홍보를 통한 교통안전 제고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선진국 역시 처음부터 그런 교통문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교통사고를 내는 사람에게는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권 장관=맞다. 예전에는 법 때문에 교통사고를 무서워했는데 최근에는 “보험으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보험만 믿는 운전자들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료 누진제를 도입하고 반대로 사고 없는 모범 운전자에게는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하루 평균 1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적 피해와 차량 파손 비용 등 교통사고 처리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1%인 13조 원에 이른다. 전체 산업재해의 70%가 넘는 돈이 교통사고 수습에 쓰인 셈이다.

앞으로 국토부는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을 반복한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누진해 부과하고 법규 위반에 따른 보험료 할증도 선진국 수준인 200∼40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국내 교통문화는 어느 수준인가.

▽고 회장=세계 각국의 교통문화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보행자 사망비율’이다. 말 그대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길을 걷다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37%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다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게 현재 한국 교통문화의 현실이다.

▽권 장관=나 역시 걸음이 빠른 편인데 시내 신호등을 걷다 보면 미처 도착하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만약 교통흐름 때문에 신호를 늘릴 수 없다면 그런 곳마다 도로 중간에 독립공간을 만들어 쉬면서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통문화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 회장=기본적인 것부터 교육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저속차량은 1차로로 가야 한다든지, 추월차량은 추월 즉시 일반차로로 들어온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접촉사고를 낸 다음 “복잡한 곳이니 문제 삼지 말고 갑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운전자들이다. 기본적인 교통 예절을 국내 교과과정에 넣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정 이사장=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운전해 봤지만 1∼4차로 속도별·차량별 운전은 결국 도로주행 차량이 적으니 가능한 일이다. 문화보다 인프라의 차이가 다른 교통문화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최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교통 복지가 후퇴하게 된다.

―추석 연휴 귀성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통안전 수칙은 무엇인가.

▽권 장관=제일 중요한 게 뒷좌석 안전띠 매기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으로 시내에서 운행할 때도 안전띠를 꼭 매고 다닌다. 가족들이 모두 즐겁게 이동하는 추석 연휴에 불행한 사고가 나는 것을 막으려면 뒷좌석에 앉은 자녀들까지 꼭 안전띠를 매도록 부모들이 강조해야 한다.

▽박 회장=졸음운전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쉬는 것 역시 무척 위험하다. 갓길에서는 긴급한 응급 처치만 하고 즉각 빠져나가야 한다.

▽정 이사장=매년 추석 연휴 기간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귀성보다 귀경길에 더 많은 사고가 난다. 사고 내용을 보면 전체 사망사고의 3분의 1 이상이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등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졸음운전으로 연결되니 운전자만큼은 푹 쉰 뒤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교통안전#권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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