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무제한이었던 지원 횟수가 올해부터 6회로 제한되면서 ‘가고 싶은 학과’를 지원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갈 수 있는 학과’에 안전 지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가장 먼저 2013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대의 경우 일반전형(음대, 미대 제외)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학과는 국사학과였다. 7명 모집에 133명이 몰려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철학과(15.86 대 1), 농경제사회학부(14.4 대 1), 아시아언어문명학부(14.14 대 1) 등도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10.17 대 1)을 웃돌았다.
2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건국대는 KU자기추천전형과 KU전공적합전형에서 사학과가 각각 31 대 1과 8.8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KU자기추천전형의 경우 평균 경쟁률(13.8 대 1)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문과대에서는 철학과가 전통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영문과와 같은 경쟁률(9 대 1)을 기록했다.
홍익대도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단과대의 경우 사범대는 역사교육과, 문과대는 국어국문과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단과대별 경쟁률도 전통적 인기 학부인 법학부(5 대 1)와 경영학부(4.76 대 1)가 평균 경쟁률(5.36 대 1)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원서접수를 21일 마감하는 중앙대, 22일 마감하는 경희대와 성신여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서접수 초반임에도 사학과, 화학과 등 예년에 경쟁률이 낮았던 학과에 지원자가 많아지는 추세다.
응시 횟수 제한으로 불안감을 느낀 수험생들이 2000년대 초반 학부제 도입 이전 극성을 부렸던 ‘눈치작전’을 다시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이 신입생 모집을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전환한 것도 눈치작전이 심해지게 한 요인이다. 2013학년도부터 학과제로 전환한 서울대의 경우 학부제 시스템에서 재학생의 지원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학과들이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올해 입시의 특징인 수시 6회 제한과 주요 대학의 학과제 전환이 맞물리면서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수시 지원 횟수 제한의 효과가 엉뚱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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