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봤지?” 포항 야구장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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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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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삼성 홈구장이 포항으로 바뀌는 것 아닙니까.”

야구동호인 최진수 씨(38·대구 달서구 상인동)는 15일 포항야구장을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들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항야구장에서는 최근 준공 기념으로 14∼16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가 정규리그 첫 3연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 구장은 관람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관람석도 타원형으로 만든 것이 특징. 외야에는 관람석 대신 천연잔디를 깔았다. 둘러앉아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늘어나는 여성 관중을 배려해 여성화장실(86개)을 남성화장실(58개)보다 더 많이 만들었다. 332m²(약 100평) 크기인 선수대기실도 쾌적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장 규모도 큰 편이다. 홈에서 외야 좌우측 담장까지 99m, 중앙 담장까지 122m로 대구 시민야구장(좌우 99m, 가운데 120m)과 부산 사직야구장(좌우 95m, 가운데 118m)보다 크다. 관람석도 1만432석으로 대구(1만여 석)보다 조금 많다. 김진호 씨(42·포항시 북구 우현동)는 “축구전용구장만 있던 포항에서 이승엽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봤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야구도시’ 시대를 활짝 열었다. 14일 첫 경기를 치른 결과 야구장 시설과 경기 내용 등 모든 면에서 관중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 권혁과 김희걸, 롯데 강민호, 두산 최준석 등 유명 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 포철공고가 있는 포항은 야구에 대한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주민들이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몰리면서 표 구하기도 치열했다.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 20여 분 만에 매진됐고 현장 판매 3500장도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동이 났다.

이날 선수들도 포항야구장 개장을 기념하듯 많은 기록을 쏟아냈다. 삼성 류중일 감독(49)은 “좋은 경기장 덕분에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뛴 것 같다”고 했다. 포항은 류 감독의 고향이이서 이번 경기의 의미가 남달랐다.

삼성 라이온즈는 포항을 제2의 연고지로 삼았다. 내년 프로야구 경기 수를 9경기로 늘리고 2군 경기도 절반 이상을 소화할 계획이다. 포항시도 사회인과 중고 야구대회를 유치해 야구장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제1회 KBO(한국야구위원회)총재배 전국 중학교 야구대회도 25일까지 열린다. 경북에는 사회인 야구동호회 리그 12개가 운영 중이며 클럽 293개 회원 8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항과 동해안 지역에 야구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북을 대표하는 명품 야구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 야구팬들은 포항의 발전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 야구장 건립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데다 사업비 부족 탓에 규모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 1차례 유찰 끝에 2개 컨소시엄 업체가 최근 사업 신청서를 내 12월쯤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2015년 상반기에 완공할 수 있다. 조민수 씨(34·대구 수성구 황금동)는 “방송으로 본 포항야구장의 규모와 관중의 열기가 상당했다”며 “이러다 삼성 연고지가 포항 쪽으로 기울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포항#포항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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