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피해 한국 온 난민들 “아이들만이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3일 03시 00분


주민증 없어 취업 못하고 자녀도 학교서 안 받아줘
“7년 지났으니 난민인정을” 40여명 뚝섬수영장 모여 호소

11일 서울 광진구 뚝섬 수영장에 온 난민아동들과 대원외고 동아리 ‘쉘터’ 학생들이
포즈를 취했다. 대원외고 동아리 ‘쉘터’ 제공
11일 서울 광진구 뚝섬 수영장에 온 난민아동들과 대원외고 동아리 ‘쉘터’ 학생들이 포즈를 취했다. 대원외고 동아리 ‘쉘터’ 제공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알레 씨(50)가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건 2005년. 그러나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취업도 못해 교회에서 종종 식량을 얻는다. 네 살 난 딸은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말리인 니오마 씨(34·여)는 2004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고국에 내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그 역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덟 살, 여섯 살 난 아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유치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는 “우리 부부는 라면만 먹고 살아도 된다. 아이들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난민 가족 40여 명이 11일 서울 광진구 뚝섬수영장에서 ‘조촐한’ 나들이를 했다. 행사는 대원외고 난민 동아리 ‘쉘터’가 주최했고 난민지원 NGO인 ‘피난처’가 이들을 초청했다. 남정우 쉘터 회장(17)을 비롯해 동아리 회원 30명이 행사를 진행했다. 난민들은 한국의 도움을 호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926명의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했다. 현재까지 260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협약상의 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제도도 있다. 이마저 허가받지 못한 난민이 1854명이다.

피난처의 윤지연 간사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10년 넘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체류비자를 계속 갱신하면서 지낸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난민 간천 씨(40)는 “일을 하기 어려운 것도 힘들지만 아이들 학교 문제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신무경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4학년  
#내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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