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거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업체들의 현장 실태조사를 강화하라며 지난해 국회가 늘려준 예산 중 일부를 해외 출장 여행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부처별 ‘2011년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공정위가 지난해 하도급 및 가맹·유통거래 관련 현장조사를 위한 국내 여비 예산 1억4600만 원 가운데 5500만 원을 전용(轉用)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특히 공정위는 전용한 예산 중 1800만 원을 해외기업들을 상대로 진행한 ‘국제카르텔 예방 설명회’ 여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부터 시작된 국제카르텔 예방 설명회는 국제담합 사건으로 외국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받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외국의 경쟁법 동향 등을 교육하는 행사다.
당초 이 예산은 대기업과 중소 납품업체 간의 하도급 거래 및 프랜차이즈업체,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현장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가 정부가 제출했던 예산안보다 8800만 원을 증액해준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지난해 하도급 및 유통거래 관련 현장조사 횟수는 243건으로 2010년의 272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회의 예산 증액 취지와 달리 현장조사 횟수를 줄이고 남은 예산 일부를 해외 출장비로 쓴 것이다.
또 공정위가 전용한 예산 중 3600만 원은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법’이 예상보다 빨리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자 단체와 납품업체에 제공할 홍보물을 인쇄하는 데 사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등 하도급 및 가맹유통거래 관련 정책 활동이 많아지면서 불가피하게 현장조사가 다소 줄었다”며 “남는 예산을 부처가 자율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른 사업에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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