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생태계 건강 생각” 국립공원 최대 4900만 그루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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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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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립공원 안에 심어진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내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20개 국립공원의 생태 건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대 4900만 그루를 내년부터 5년간 순차적으로 벌목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1967년 국립공원이 생긴 후 공원 내에서 벌목 등 일체의 훼손행위가 금지돼 온 점으로 미뤄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국립공원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인공림에 대한 수술 나서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숲 생태 개선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국립공원에 심어진 나무를 최소 3500만 그루에서 최대 4900만 그루까지 베어낸다. 공단은 “국립공원 내 인공림 탓에 오히려 숲의 생태환경과 생물다양성이 악화되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벌목(伐木)을 추진하는 곳은 국립공원 내 인공림(人工林). ‘인공림’이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천연림과 달리 사람이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어 만든 숲을 뜻한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산이 초토화된 데다 땔감 부족으로 무분별한 벌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명산들이 벌거숭이가 되자 정부는 1960, 70년대 국립공원에 인공림을 대거 조성했다.

공단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조속한 산림녹화를 위해 생물다양성 등 생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일 수종(樹種)으로 이뤄진 숲을 많이 만들어 생태계가 불균형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20개 국립공원 내 인공림 면적은 1만5963ha(약 4888만 평)로 전체 국립공원(36만7378ha)의 4.4%나 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약 848ha)의 19배나 된다.

○ 특정 종만 자라 숲이 불균형해져

국립공원 내 인공림 가운데 낙엽송이 서식하고 있는 면적은 7787ha로 전체의 48.8%나 됐다. 이어 리기다소나무 23.7%(3773ha), 잣나무 18.0%(2873ha) 순이었다. 반면 전나무와 밤나무는 2.5%(398ha)와 1.3%(211ha)에 불과했다.

특정 나무만 많다 보면 숲의 생태건강성이 훼손된다.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등 인공림 내 우점종(優占種·식물 군집 안에서 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종)은 높이가 20m 이상이다. 또 인공림 조성 당시 1.5m 간격으로 심어졌다. 이들로 인해 햇빛이 가려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데다 새로운 식물이 들어설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식물뿐만이 아니다. 나무 종류가 적으면 특정 나무를 토대로 살아가는 곤충 종류도 줄어든다. 이들 곤충을 먹고 사는 조류, 포유류의 종류도 줄어든다.

공단 관계자는 “인공림의 50∼70%를 잘라내야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균형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올해에는 시범적으로 소백산 국립공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 인공림 200ha에서 자리고 있는 낙엽송과 잣나무 등 우점종을 베어낼 계획이다.

○ 간벌 쇼크로 생태계 부담 올 수도

일각에서는 “인공림이라도 나무를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간벌충격(間伐衝擊·Thinning Shock)’이 와서 숲 생태계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벌충격이란 나무가 대량으로 사라지면서 숲이 붕괴되는 현상을 뜻한다. 많은 나무가 베어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 불 경우 나무들이 받는 바람의 힘이 분산되지 못해 숲 내 나무가 쉽게 부러지거나 쓰러진다. 또 나무가 줄면 숲의 토양을 감싸는 잎과 낙엽이 적어져 비가 내릴 때 토양이 받는 충격이 강해진다. 이로 인해 토사가 유실되고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립공원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등산객 박재섭 씨(38)는 “숲 속에 나무 밑동만 남아 있으면 보기 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 과장은 “숲 생태환경을 살리면서도 간벌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20일부터 식물전문가와 동물전문가로 이뤄진 조사단이 국립공원 인공림 일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립공원#숲#인공림#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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