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발 두발 300km… 한국 품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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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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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대안학교 아시아공동체학교 31일부터 걷기여행

지난해 부산 바다 길 걷기여행에 나선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송정해수욕장길을 걷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제공
지난해 부산 바다 길 걷기여행에 나선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송정해수욕장길을 걷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제공
‘낙동강 길을 걸으며 한국 강 길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꼈다. 부산 둘레길을 따라 마을과 산, 공원을 돌며 부산 속살을 살펴봤다. 이젠 울산과 경남·북에 걸쳐 있는 영남알프스 300km(700리)를 걸으며 지리와 역사, 문화, 이야기를 듣고 체험할 계획이다.’

부산 남구 문현4동 다문화 대안학교인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영남알프스 둘레길 걷기 여행에 나선다. 24일 발대식을 갖는 걷기 여행 팀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 57명이 참여한다. 이들의 출신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페루, 베트남, 우크라이나, 케냐, 필리핀, 몽골,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하다. 부산은행 자원봉사 동아리 조은이웃 회원과 자녀 10명도 이들의 걷기 여행을 돕기 위해 참여한다.

걷기 여행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출발한다. 31일 시작하는 올해 첫 걷기 여행은 경남 밀양 영남루∼밀양강 소나무길∼삼문동 둑길 등 10km 구간에서 실시된다. 이렇게 경남 밀양과 양산, 경북 경주, 청도, 울산에 걸쳐 있는 둘레길을 30개 구간으로 나눠 평균 10km씩 걷는다. 산길과 고갯길, 산성길, 논길, 계곡길, 마을길을 걸으며 한국 문화와 역사, 숨겨진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고, 만져 보는 시간을 갖는 것.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한국가정 학생들이 함께 돕고 나누면서 이해와 사랑을 배우고, 생각하는 힘도 기른다. 생태캠페인과 환경정화 활동도 병행하면서 자연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아시아공동체학교에 다니고 있는 페루 출신 윤수원 군(17)은 “한국 숲길을 걷고 높은 산을 보는 시간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시키고 협동심과 공동체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2008년부터 걷기 여행을 시작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는 낙동강 하굿둑에서 낙동강 발원지 황지까지 100km 구간에서 12차례 진행됐다. 유적지 답사, 문화공연 관람, 낙동강생명마당 환경행사도 곁들였다.

201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부산 둘레길과 해안길 200km를 걸었다. 부산의 마을과 산, 공원, 바다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지역문화와 역사를 체험했다. 다문화가정에서 직접 준비해 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 교류시간도 가졌다.

박효석 아시아공동체학교 이사는 “걷기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 한국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5년째 돕고 있는 송재은 부산은행 차장(32)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사람이 돼 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다문화#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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