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뜨겁고 재기발랄한 고교생들의 다짐

  • Array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방 전체 대학 상징물로 꾸미고, 다짐문구 아래 지장 찍고…

새 학년 성적 향상을 목표로 ‘열공(열심히 공부)’ 의지를 불태우던 전남 광양여고 2학년 이혜림 양(17). 잠시 집중력이 떨어지면 책상 앞에 붙여놓은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이기광의 사진에 시선이 옮겨간다. 순간 그의 눈에 함께 들어오는 것은? 기광 오빠 사진 위에 큼지막하게 자신이 써놓은 ‘오늘의 할 일!’(사진1). ‘독후감 한 편 쓰기’ ‘수학공식 노트정리’ 등 사진 귀퉁이에 빼곡히 적힌 항목들을 확인한 이 양은 ‘아차,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라며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 양은 좋아하는 기광 오빠 사진을 쳐다보며 피로도 풀고 새 학년 각오도 다지는 ‘일석이조’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새 학년이 시작됐다. 지금 고교생에게 필요한 것은 1년 동안 스스로를 다잡아 나갈 ‘나의 다짐’을 정하고 담금질하는 일. 그런데 아는가? ‘○○대학 ○○학과 합격!’이라는 문구를 책상 앞에 붙여놓는 것처럼 ‘단순한’ 다짐은 곧 한 달도 안 되어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사실. 그래서 요즘 고교생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자기 의지를 다지는데….

서울 방산고 3학년 심혜정 양(18)은 다이어리 표지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전경 사진과 로고로 꾸몄다. 심 양은 “대학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수다를 떠는 선배 대학생들의 사진을 보면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학습의지가 샘솟는다”며 “‘대학에 진학하면 반드시 이런 남자친구를 만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내 이상형인 연예인 사진도 표지에 붙여놓았다”고 말했다.

인천 서운고 3학년 김진형 양(18)은 방 구석구석을 목표 대학인 ‘숙명여대’로 장식했다.(사진2) 책상 앞에는 ‘숙명의 새 힘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미니 현수막을 만들어 붙여놓았다. 침대 머리맡에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참가한 숙명여대 여성 학군단(ROTC) 리더십캠프에서 받은 노란색 티셔츠를 걸어두었다.

“티셔츠에는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의 응원문구와 숙명여대 교수님들의 격려메시지가 적혀있어요. 공부에 지쳐 잠시 침대에 누웠다가도 ‘멋진 날개로 비상하기를’이라고 티셔츠에 적힌 메시지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김 양)

공부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담은 상징물을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경일여고 2학년 김정현 양(17)은 ‘수학이랑 절친(절친한 친구) 먹기’란 문구를 써놓고 아래에 지장을 꾹 찍었다. 수학과 ‘친구’로서 절대 친구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뜻. 수학에 다소 약한 김 양의 뜨거운 자기다짐이다.

대전 호수돈여고 2학년 조해령 양은 학기 초 스스로 ‘열공을 다짐한다’는 선서를 하고, 이 각오를 잊지 않기 위해 선서를 하는 자신의 손바닥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가장자리를 그려 만든 ‘손바닥 그림’을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새 학년 다짐은 공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S고 2학년 최모 양(17)은 학기 초 체중 감량을 결심했다. 공부하는 데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뻐지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목표 몸무게는 47kg. 최 양은 의지를 다지기 위해 책상 앞에 물이 가득 담긴 컵을 그려 붙여놓았다. 무슨 의미일까?

“밤늦은 시간 배가 고파지면 밥이나 간식을 먹기보다는 물을 마시고 말겠다는 다짐이에요. 배고플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런 최면을 걸어요. ‘난 배고픈 게 아니라 목마른 거다, 목마른 거다…’라고요.”(최 양)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