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김씨, 호텔예식 상담 중 경악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꽃값 기본 1000만원! 야외 9000만원!
초호화 호텔결혼식 그들만의 잔치엔 ‘허영의 꽃’이 핀다

호텔 결혼식의 꽃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에서 사진처럼 꽃 장식을 하려면 2000만원이 든다. 그래도 초호화 호텔 결혼식을 열망하는 이들때문에 호텔결혼식은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호텔 결혼식의 꽃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에서 사진처럼 꽃 장식을 하려면 2000만원이 든다. 그래도 초호화 호텔 결혼식을 열망하는 이들때문에 호텔결혼식은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김모 씨(32)는 서울 시내의 호텔에 예식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500명을 초대하는 결혼식에 꽃값만 가장 싼 게 2000만 원. 총 비용은 1억1405만 원에 달했다. 그는 “꽃 장식을 간단히 하거나 아는 꽃집에서 장식을 해오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호텔에서 정한 최소한도 이상으로 꽃 장식을 하지 않으면 예약을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드는 꽃값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쓰고 난 꽃 재활용 의혹도

20일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특1급 호텔 4곳의 결혼식 비용을 조사한 결과 신라호텔서울에서 하객 500명을 초대해 예식을 올리려면 꽃값으로 최소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최소 예식비용은 9130만 원, 이 중 꽃값은 2000만 원이었다.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의 기본 꽃값은 1000만 원이지만 야외 예식에선 꽃값이 9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의 꽃값은 1200만 원이었다.

꽃장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꽃 가격이 2000만 원인 경우 꽃 자체 가격은 500만 원도 안 되고 비싸봐야 700만 원”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 꽃값 안에는 디자인장식비와 운송비, 관련 직원들의 인건비가 포함된다”며 “재료비만 가지고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텔업계의 이 같은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2000만 원을 웃도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결혼식장의 경우 꽃값은 100만∼300만 원 수준이다. 웬만한 결혼식장에서는 2000만 원으로 총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꽃장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식을 치르고 난 뒤 시들지 않은 꽃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 예식 때 새 꽃과 섞어 재사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채널A 영상] ‘억’소리 나는 결혼식, 꽃장식에만 차 한 대 값

○ ‘끼워 팔기’가 더 문제

호텔들이 직영 꽃집의 제품만 사용하도록 하거나 특정 외주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가 많았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꽃집 ‘블루밍코리아’의 대표는 최예정 씨로 SK 오너 일가의 친인척으로 알려졌다. 임피리얼팰리스서울의 꽃집 ‘라 꼬네뜨’의 대표는 신혜성 씨로 이 호텔 신철호 회장의 첫째 딸이다.

이들 호텔이 꽃집을 직영하거나 특수 관계자들과만 거래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플로리스트는 “꽃집을 생화판매업으로 등록하면 면세 혜택을 받는 데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세금 안 내는 현금 장사’가 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정 꽃집을 거부하면 예약을 받아주지 않는 호텔의 관행은 공정거래법상 ‘끼워 팔기’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꽃 장식과 예식이 별개 상품인데도 꽃 장식 없이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점 △소비자가 꽃 업체를 고를 수 없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동시에 꽃 업계의 공정 경쟁을 방해한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김관 채널A기자 kw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