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광주 J중 학교폭력 실태 학교와 선생님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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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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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 기자 goqud@donga.com
김권 기자 goqud@donga.com
“나쁜 얘들은 다 퇴학시켰으면 좋겠어요.” “강한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누구도 모르게 상담할 수 있는 상담실이 필요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지난해 12월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S 군이 다니던 광주 J중 2학년생들의 목소리다. 50명 넘는 아이들은 빈소가 막 차려진 뒤부터 2일까지 차가운 시신으로 변한 친구 곁을 지키면서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학교 실상을 유족에게 알렸다. 한발 더 나아가 각자 목격담을 참고인 진술로 남겨 수사 방향을 돌리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애용하는 한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억울한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는 글은 20만 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절규는 최근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이 J중 2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92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S 군 말고도 20여 명이 최근 수개월간 학교 폭력에 시달려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교육청 측은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이라고 진단했다.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못 견뎌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것은 지난해 12월 20일. 광주의 S 군은 그로부터 채 열흘도 안돼 숨진 채 발견됐다. 한 학부모는 “두 사건의 유사성을 따지기에 앞서 어디선가 학교 폭력에 가위 눌린 어린아이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광주 J중 1층 현관에는 ‘우리 학교는 폭력이 없는 즐거운 학교’라는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J중 일부 교사는 학교 폭력 가능성을 처음 보도한 본보 기사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J중에 초동조사를 나갔던 교육청 관계자조차 “학교 폭력 가해학생의 존재라도 귀띔해줬다면 초기 혼선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전국의 학생 학부모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기세지만 학교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다 아는 사실을 학교와 선생님들만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건지’ 학교 측이 답해야 할 때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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