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易地思之… 법관은 시류에 휩쓸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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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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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 시무식서 법관들 신중한 처신 당부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은 1일 “법관은 모든 일에서 ‘내가 재판을 받는 입장이면 어떤 모습의 법관을 원할 것인가’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관들의 잇따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의견 표명과 법정 난동을 지켜보던 사법부 수장이 새해 첫 일성(一聲)으로 법관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본보 2011년 12월 30일자 A1면 “판사도 막말하는데…” …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신년시무식에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승복은 법관에 대한 존경과 믿음에서 우러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법관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혜롭고 공정한 사람으로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품위와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이런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기대를 저버린다면 결코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싹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은 평소 소신인 ‘신뢰 회복’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며 “국민의 신뢰 확보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에게 맡겨진 과제이므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를 달성해야 할 임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이 잡혀 있는 데다 북한 내 돌발사태로 지난해보다 더 요동치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혼란이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진중하고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양 대법원장은 “재판과 법관에 대한 비판도 도를 넘어 저급하고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 무차별적 공격의 양상을 띠거나 사실을 왜곡해 근거 없이 비난하는 등의 행태가 늘어나고 있음을 심히 우려한다”며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독립을 수호한다는 굳은 각오로 이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언은 △일부 법관이 페이스북 등에 한미 FTA 반대 의견을 올리거나 △재판 당사자가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격하게 항의하고 △정봉주 전 의원의 실형 확정 판결에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사법부와 재판장을 비난하는 등 최근 법원을 둘러싼 각종 사태를 양 대법원장이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많은 올해 법관들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원칙론을 새해를 맞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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