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약사법 저지’ 치밀한 로비 계획… 약사회 회의록서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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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막기위해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 내년 총선 후원모임 만들자”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재선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시 서을 담당 분회장을 중심으로 지역 약사님들이 뜻을 모아 내년 4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이 위원장을 돕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부에서 이 모임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략) 보안 부탁드립니다.’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자 “약사의 정치력이 국회를 좌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집요한 로비 계획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약사회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비상투쟁위원회’ 16∼18차 회의록을 22일 입수했다.

약사회는 전국 지회 및 분회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지지모임 구성을 시도했다. 18차 회의록(11월 15일)에서 대전지부 송모 위원은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전 충남지사의 공천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을 적극 돕고 가능하다면 법안 상정을 막아보자는 간절한 마음에서 지지 모임을 결성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

지역구별로 지지모임을 만들자는 계획도 세웠다. 16차 회의록(10월 18일)에는 21일 약사법 개정안 국회 상정을 앞두고 ‘상근비상대책팀’을 구성해 대국회 대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위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20명 내외로 약사회원 지지모임을 만들고 1회원 1국회의원 후원운동을 독려하자는 제안이 보인다. 김대업 박인춘 부회장 등 11명으로 구성된 ‘상근팀’은 각각 보건복지위원, 정당 보건복지 정책조정위원을 맡아 20일 전까지 방문할 예정이었다.

약사 출신 의원들과의 정보 교류도 강화하기로 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 전혜숙 민주당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해 정부 및 정당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것. 이 밖에 △해당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초청간담회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방문 △일반약 슈퍼 판매의 부당성을 지적한 문서의 팩스 전송 △릴레이 1인 시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국회의원 지지 모임을 만들었는지, 만들었다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해당 의원과 약사회 모두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은 여야 간사 합의에 따른 것이다”며 “올해 대전시 약사회와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지역구에 약사가 500∼600명에 불과한데 압력을 느낀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약사회도 “이 의원 부인이 지역 약사다. 약사 가족을 돕는다는 마음이지 구체적 지지 활동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이날 가정상비약 슈퍼판매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전향적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약사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에서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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