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전 초유의 반란, 이사회 “전기료 10%대 인상”… 정부와 협의없이 단독 의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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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요금탓 누적부채 33조”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단독 의결했다. 한전 이사회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없이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경영난에 시달려온 한전이 정부에 요금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지식경제부와 전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을 17일 의결하고 정부에 인상안을 신청했다. 한전 이사회의 결정에 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결정이 정부가 선임한 사외이사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이사회는 7명의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사외이사는 “이번 결정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사외이사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8월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피소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뒤 사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9월 발생한 전국적 정전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이 불필요한 전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전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설 확충을 통한 전력 추가 확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10%대 인상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국내의 평균 전기요금은 원가의 90.3% 수준으로,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는 약 1조8000억 원, 누적부채는 33조4000억 원에 달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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