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심야 택시 승차거부 현장… 창문 빼꼼히 열고 ‘장거리’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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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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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손님은 “더블”도 안통해

11일 밤 12시 무렵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서울시 단속반원이 목적지만 묻고 승객을
태우지 않은 택시를 세워 단속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밤 12시 무렵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서울시 단속반원이 목적지만 묻고 승객을 태우지 않은 택시를 세워 단속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떻게든 택시 문을 열려고 도로에 뛰어드는 승객. 목적지를 묻고는 잽싸게 이를 피해 도망가는 택시. 자정 무렵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반복되는 아찔한 장면이다. 연말일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서울시는 택시 승차 거부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

11일 밤 1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는 경기도행 광역버스와 택시 승객 승용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교보타워 사거리∼강남역 사거리 구간에 3인 1조로 편성된 서울시 단속반 4개조가 투입됐다. 수백 명의 승객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승차 거부를 한 듯한 택시를 세우자 오히려 택시운전사가 단속원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

이날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원’ ‘목동’을 목청껏 불러보지만 빼꼼히 창문을 열어둔 택시는 금방 달아났다. 30분을 기다리고도 택시를 잡지 못한 30대 일행은 다시 술자리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회사원 김윤정 씨(27·여)는 “손님이 택시운전사에게 ‘태워줘서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특정 지역에서 반복되는 승차 거부

서울 도심 20여 곳은 택시운전사와 승객이 입을 모아 승차 거부 지역으로 손꼽는다. 한강 이남에서는 강남역과 영등포역, 신도림역 일대가 심하다. 강북권에서는 을지로입구를 비롯해 홍대입구역, 명동, 신촌 로터리, 종각역, 동대문 밀리오레 앞과 종로 YMCA 근방이 집중 단속지역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승차 거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손님을 많이 태울 수 있는 곳일수록 기사들이 장거리 운행을 선호해서다. 이날 종각역에서 9번 승차 거부를 당한 윤태호 씨(24)는 “손님이 이렇게 많으면 기사들이 전쟁을 해야 하는데 전쟁은 손님들끼리 한다”며 “가까운 거리는 더블(두 배)로 준다고 해도 안 가는 택시가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택시운전사는 “물가는 오르는데 택시요금은 제자리 아니냐”며 “몇 푼이라도 벌려면 심야에 장거리 손님 위주로 태우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 승차 거부 단속만으로는 한계

현재 단속은 관할 구청이 승차 거부 택시에 대한 과태료 행정처분을 내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월∼금요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상습 승차 거부 지역 20곳에서 144명을 투입해 단속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단속 외에도 시계(市界) 외 할증요금을 부활시키고 브랜드 콜택시가 심야시간에 받는 콜처리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단거리 운행을 기피하고 손님을 골라 태우다 적발된 것만 올해 9월까지 1만4900건에 이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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