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KTX 울산역 맞은편 야산 중턱에 철판으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글이다.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하지만 최근 울산시가 이 구호와는 동떨어진 행정을 펼치고 있다. 잘 돌아가는 공장을 외지로 옮기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 보온단열제 등을 생산하는 KCC 언양공장이 대상이다.
KTX 울산역 바로 앞에 있는 이 공장에 대해 울산시는 “울산역 이용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역세권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울산역 개통(지난해 11월) 전부터 이전 압박을 가하고 있다. 1981년부터 30년간 가동해온 KCC 언양공장이 ‘굴러온 돌’에 쫓겨날 판이다.
올 들어 실시한 울산역세권 1차 분양 실적을 보면 ‘역세권 개발을 위한 공장 이전’이라는 울산시 방침도 명분이 떨어진다. 울산도시공사는 올 3월 KTX 울산역세권 개발용지 1차분 27필지, 10만1562m²(약 3만753평) 분양에 들어갔다. 하지만 두 차례 분양 연기에 이어 수의계약에도 불구하고 7필지, 3만1525m²(약 9545평)를 계약하는 데 그쳤다. 분양률이 필지 수로는 25.9%, 면적은 31.0%에 불과한 것.
이런 상황에서 고용(150여 명)과 수익을 창출하는 30년 된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역세권으로 개발하려는 울산시 정책은 공감하기 어렵다. 하루 평균 9920명(코레일 조사)이 이용해 서울 부산 동대구 대전역 다음으로 승객이 많은 울산역 앞에 공장이 있는 것은 ‘산업수도 울산’의 자랑일지언정 수치는 아니다. 울산역 앞 구호와도 맞아떨어진다. 선후와 경중을 가리는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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