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쥐에게 실험했더니…폐 굳고 호흡곤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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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동물 흡입 독성실험에서는 원인미상 폐 손상으로 사망한 출산 전후의 산모들에게서 나타났던 것과 아주 유사한 폐 섬유화와 호흡곤란 증세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살균제 흡입 독성실험을 한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모두 80마리의 실험용 쥐를 20마리씩 3개 그룹으로 나누고, 가습기 살균제 3종류를 흡입하게 했다.

흡입실험은 하루 6시간씩 주 5일 단위로 4주간 진행됐고, 이후 살균제를 흡입한 3개 그룹에 속한 쥐를 해부해 폐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살균제 흡입량은 폐 손상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평균 사용량을 추정해 결정됐다.

그 결과 2개 제품을 흡입한 쥐들에게서 인체의 임상 양상과 뚜렷하게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이 나왔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우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액체형)과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 호흡수 증가와 호흡곤란 증세가 관찰됐다.

또 폐 조직검사 결과 세퓨를 투여한 쥐에서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증상과 함께 세기관지(기관지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공기통로)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세기관지 내 상피세포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옥시싹싹 제품을 흡입한 쥐의 폐에서도 세기관지 주변에 염증이 생겼다.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결국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현상은 원인불명의 폐 손상으로 서울시내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산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나머지 1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와 살균제를 흡입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남은 쥐들의 살균제 흡입 기간을 3개월까지 늘린 뒤 조직검사를 실시해, 1개월 흡입 실험에서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제품들의 위해성 여부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망한 산모들이 사용하지는 않았던 제품이라도 모두 수거해 순차적으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특정 화학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한 결과 해당 물질이 세기관지 주변 폐 세포에 손상을 가하고, 이런 영향이 누적되면서 폐조직의 섬유화성 병변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됐고, 동물흡입 독성실험 결과를 근거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고 본다. 전문가들도 이를 검토하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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