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父女 2심 무기-20년형… 1심 무죄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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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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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고법, 법정구속… 자백에 대한 판단 달랐다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독(毒)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 피고인에게 2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선고를 뒤엎고 모두 중형을 선고했다.

▶본보 2010년 2월 19일자 A15면 참조
A15면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 무죄… 법원 “자백 신빙성 떨어져”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창한)는 10일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해 자신의 아내(어머니) 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백모 씨(61) 부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백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딸 백모 씨(28)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나자 피고인들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청산가리를 이용해 어머니이자 처를 살해하고 함께 공공근로에 나왔던 다른 피해자까지 살해한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뉘우치는 빛이 보이지 않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아버지 백 피고인은 딸이 왜곡된 성관념과 비뚤어진 가치관을 갖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고, 딸은 다른 가족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해 온 사정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 1년 8개월여에 걸친 공방


지난해 2월 1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홍준호)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백 씨 부녀가 검찰 수사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으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공소사실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됐다는 막걸리와 청산가리 구입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확인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백 씨 부녀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감추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백 씨 부녀는 “검찰 강압 등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청산가리 구입처나 투여도구 등 범행을 입증할 직접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1심 재판부는 백 씨 부녀가 성관계를 가진 사실과 이웃이 성폭행했다고 무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살인동기를 직접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봤다.

○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 있다”


백 씨 부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아버지 백 씨는 “부인이 딸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눈치채자 청산가리를 사다 줬다”고 진술했다. 딸 백 씨도 “막걸리에다 청산가리를 넣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특히 딸 백 씨가 교도소에 면회 온 오빠가 “했어? 안 했어?”라고 강하게 다그치자 “했어”라고 말한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채택했으나 1심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반적으로 이들의 자백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심문에서 “청산가리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진술한 백 씨 부녀에 대해 “그렇다면 어떻게 진술 과정에서 청산가리가 흰색이며 소금 형태라는 말을 했느냐”고 캐물었다. 당황한 피고인들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횡설수설했다. 딸 백 씨가 지능이 낮은 것처럼 행동했으나 법원의 정신감정 결과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온 사실 또한 재판부에 판단에 힘을 실었다. 또 재판부는 청산가리가 인명살상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해 “소금 모양의 결정체를 유지하고 있다면 약효는 문제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광주고법 장정희 공보판사는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한 자백 진술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며 “다른 정황증거들과 저촉되지 않는 등 신빙성이 있는 데다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무죄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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