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복 위안부 할머니 별세… 이제 65명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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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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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 내 생일” 노수복 위안부 할머니, 66년 恨끝내 못풀고 태국서 쓸쓸히 숨져

일본이 패전한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60년 넘게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수복 할머니(사진)가 한쪽 폐를 제거한 수술 후유증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노 할머니가 4일 오후 9시(현지 시간) 태국 핫야이의 한 병원에서 운명했다고 6일 전했다. 노 할머니는 21세이던 1942년 부산의 한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다 일본군에 끌려간 뒤 싱가포르와 태국 등지에서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다.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한 뒤 태국 유엔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할머니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태국 핫야이에 정착했다.

위안부 생활은 물론이고 먼 타국에서 식당 종업원, 가정부 등 온갖 궂은일을 하며 풍파를 겪은 할머니는 한국말과 생일을 모두 잊어버렸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안녕하세요’와 고향인 ‘경북 안동군 풍천면’이라는 한국말만 기억하고 있었다. 잊어버린 생일 대신 광복절인 8월 15일을 생일 삼아 지내왔다.

할머니는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1984년 40여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뒤 올해 8월 정대협 초청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참석차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이것이 마지막 고국 방문이 됐다.

정대협은 마지막 방문 당시 노 할머니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재일동포를 위해 써달라며 5만 밧(약 180만 원)을 기부해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고 전했다. 노 할머니까지 올해에만 위안부 피해자 14명이 별세해 6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65명으로 줄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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