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겁줬나… 경찰이 겁먹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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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뢰혐의 내사 지검장 사퇴… 경찰은 서둘러 종결

신종대 전 대구지검장에 대해 금품수수 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경찰이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압력을 넣어 경찰의 내사를 무마시킨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내사가 끝난 지 열흘 만인 27일, 신 전 지검장이 돌연 사직서를 낸 것도 금품 수수 정황이 나온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28일 “신 전 지검장이 신변 문제와 부모님의 신병 문제로 사표를 제출해 수리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신 전 지검장이 건설 하도급업체 P사 회장 곽모 씨(62)에게서 2006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올 6월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P사의 불법 하도급과 곽 회장의 공금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곽 회장의 다이어리를 확보해 살펴보다 신 전 지검장에게 2006년 1월부터 모두 1400만 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경찰은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5년임을 고려해 2006년 10월부터 줬다고 기록된 900만 원에 대해 계좌추적을 한 결과 수표로 90만 원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 전 지검장에게 전달된 90만 원 중 20만 원은 본인 계좌에 입금됐다. 나머지 70만 원 중 60만 원은 어머니 이모 씨 계좌에, 10만 원은 아버지 계좌로 각각 옮겨졌다.

경찰은 금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만 곽 회장과 신 전 지검장이 고향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소액을 줬고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17일 내사 종결처리했다. 그때까지 경찰은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서면이나 소환조사 등 혐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곽 회장이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신 지검장의 혐의가 너무 약해 수사에 착수해도 소득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상대가 검사장급 인사이고, 검경 수사권 문제로 예민한 시기에 ‘흠집 내기’ 수사로 비칠 소지가 있어 내사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이 혐의를 잡아떼는 건 당연한데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이렇다 할 조사도 안 해보고 내사를 종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계좌추적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추가 수사를 하면 뇌물 액수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데 너무 서둘러 사건을 축소해버린 것 같다”며 “입장을 바꿔 지방경찰청장이 그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검찰은 훨씬 강도 높은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내사를 진행했던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한다든지 수사에 무리하게 개입한 적은 없었다”며 “냉정히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 관계자도 “경찰에서 17일 신 지검장에 대한 내사 내용을 처음 알려오면서 ‘내사 종결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와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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